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소속 연구팀이 개발된 음극을 실험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은 영하 20도 혹한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이차전지용 금속-유기 하이브리드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이차전지는 상온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금속-유기 하이브리드 전극 소재가 개발됨에 따라 전기차, 드론, 초소형 전자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리튬 이차전지의 음극을 구성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는 흑연이다. 열역학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흑연 음극으로 구성된 이차전지는 영하의 온도에서 저장 용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충전 과정에서 덴드라이트를 형성해 열폭주와 폭발이 일으킨다는 단점이 있다.

티안트렌(왼쪽부터), 니켈, SKIER-5.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이에 유정준·김현욱·임강훈 에너지연 박사 연구팀은 티안트렌 기반의 유기 리간드와 니켈 금속이온을 조합해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 ‘SKIER-5’를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이차전지 음극재는 영하의 환경에서 흑연보다 5배 높은 방전 용량을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SKIER-5를 적용한 음극의 방전 용량은 상온에서 흑연 전극(375mAh/g)보다 높았고(440mAh/g), 1600번의 충·방전 후에는 1.5배 가량 증가(600mAh/g)했다. 충·방전을 반복할수록 방전 용량이 줄어드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또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X-선 구조 분석을 통해 이온의 산화 환원 반응이 용량 증가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탄소로 구성된 흑연과 달리 니켈 이온과 헤테로 원소(질소, 인 등)를 포함한 유기 구조체는 리튬 이온과 상호작용해 전자가 이동하는 산화 환원 반응이 일어난다.

특히 SKIER-5는 영하 20도의 환경에서도 흑연에 비해 5배 높은 방전 용량(150mAh/g)을 나타냈다. 흑연보다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최소치가 낮아 전반적인 반응이 위축되는 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나타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소속 연구팀이 계산과학을 통해 SKIER-5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SKIER-5의 동작 원리는 양자 화학을 이용해 예측 값을 도출하는 ‘제일원리 계산’으로 검증했다. 연구진이 X-선 구조 분석과 일치하는 SKIER-5의 격자 구조를 찾고, 리튬의 흡착 위치를 예측해 최대 용량과 전압을 계산한 결과, 예측값이 실험에서 도출된 결과와 들어맞는 것을 확인하고 SKIER-5가 전극 소재로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에너지연 연구팀은 “SKIER-5는 전지 산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원천 소재로, 기존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보다 저온 환경에서 안정적 구동이 가능하다”며 “특히 혹한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온도 변화가 급격한 환경에서 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정보통신기기 등에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