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3.9조 보증사고 예방 기회 놓쳐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국토교통부가 전세보증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보증한도 하향 등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리스크관리 요청에 늦장 대응, 전세보증의 전세사기 악용을 방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민주거 안정시책 추진실태'를 발표했다. 앞서 감사원은 집값 급등기에 전세 보증 등 각종 제도가 무자본 갭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건축주와 공인중개사 등이 공모한 전세사기로 인해 많은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자 감사계획을 수립해, 정부 대책을 점검했다.
감사 결과 국토부는 HUG의 전세보증한도 하향 요청에 대한 조치가 소홀히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HUG의 전세보증 업무를 감독하면서 전세보증한도 산정 요인인 담보인정비율과 주택가격 산정방식을 최종 결정한다. 보증한도가 주택가격보다 높으면 임대인이 전세보증을 미끼로 전세사기를 일으킬 확률이 커지는 반면, 전세보증 가입대상의 증가로 이를 이용한 임차인의 보호는 강화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담보인정비율과 공시가격 적용비율(주택가격 산정) 등을 조정해 전세보증한도를 결정할 때에는 사고 발생 정도, 이와 관련한 HUG의 요청, 임차인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HUG의 전세보증사고가 급증한 이후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담보인정비율과 공시가격 적용비율 하향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이를 묵살했다.
특히 2021년 10월 HUG의 막대한 재정손실이 예측되므로 담보인정비율을 하향 조정해야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오판했다.
이후 전세사기 피해가 심화되자 국토부는 2022년 6월에야 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 2023년부터 공시가격 적용비율과 담보인정비율을 낮췄다.
이같은 늦장 대응으로 전세보증 대위변제금액은 2024년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국토부가 2021년 10월 담보인정비율을 90%로 하향했다면 약 3조9000원의 보증사고를 예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와 HUG가 전세사기로 고발, 수사의뢰를 한 임대인 236명의 평균 담보인정비율은 95.7%, 보증사고금액은 약 2조2000원에 이른다. 과도한 보증한도로 인해 전세보증이 전세사기에 악용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국토부의 대응지연으로 전세보증사고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전세사기 발생 및 HUG 재정 악화 등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HUG는 전세보증을 악용한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중에도 악성 임대인의 보증가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앞으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국토부에 주의요구하고, 악성 임대인에 대한 보증가입 거부방안을 마련하도록 HUG에 통보했다.
이밖에도 국토부는 확정일자부여현황 정보를 활용하면 임대사업자의 임대차계약 신고 여부를 전수조사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아 다수의 민간임대주택이 지자체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에 가입하지 않아도 임대차계약 신고가 수리될 수 있게끔 신고 서식 및 시스템을 만들어 서울시 강서구 등 3개 구에서 임대보증에 미가입한 임대차계약 1만여 건이 과태료 부과 등 조치 대상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자체가 임대사업자의 임대차계약 신고, 임대보증 가입 등을 전수조사하여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토부에 통보했다.
한편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서민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전세대출보증 상품을 운영하면서도 전월세 구분 없이 임차보증금만을 기준으로 보증가입 여부를 결정했다. 임차보증금이 낮은 대신 월세가 높은 고가주택도 보증가입 가능토록 했다.
이에 감사원은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 임차보증금을 재산정한 후, 고액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는 보증가입을 승인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HF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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