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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는 식으로 경쟁하게 둬선 안 된다.”
파장은 엄청났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가 구글이 뒤처진 이유로 ‘재택근무’를 언급하면서다. 구글의 알파벳 노조는 즉각 강력 반발했고, 이에 그 역시 서둘러 발언을 취소했다.
재택근무는 과연 좋은가. 아니, 재택근무는 과연 옳은가. 질문조차 어렵다. 분명한 건 코로나 이후 현 직장인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경험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한계도 강하게 체감했다.
직장인들은 최고의 복지로 재택근무를 원하고, 경영진들은 슈미트의 속내처럼 재택근무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이번 논란은 재택근무를 둘러싼 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구글을 떠나, 국내 기업들도 고심이 깊다. 재택근무가 향후 노사관계의 주요 화두로도 부각될 수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
슈미트 전 CEO의 발언은 최근 스탠퍼드대 공개 강연에서 나왔다. 그는 “구글이 왜 AI 선두 자리를 오픈AI 등 스타트업에 뺏겼는가”란 질문을 받았다. 여기서 그의 발언이 시작된다.
그는 “구글이 승리보다 ‘워라벨’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간에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는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 스타트업이 잘되는 건 마치 지옥에서 일하는 것처럼 근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향해 조언도 덧붙였다.
“만약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하게 되면 직원들이 재택근무하고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는 식으로 경쟁해선 안 된다.”
그는 전에도 재택근무를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예전 언론 인터뷰에서도 “수십년 간 사무실에 출근하는 게 효과적이란 건 입증됐다”고 밝혔었다. 젊은 직장인들이 사무실에 나와 회의 방식, 의사표현, 직장 내 활동, 관계맺기 등을 통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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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의 발언에 구글 직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알파벳 노조는 SNS를 통해 “구글의 유연한 근무방식이 업무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며 “오히려 해고와 인력부족, 임금동결 등이 업무 속도를 늦추는 이유”라고 반박했다. 경쟁에 뒤처진 이유를 재택근무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의미다.
이에 그도 즉각 발언을 철회했다. 본인도 해당 발언을 “실언(misspoke)”이라고 사과했다.
실제 구글은 코로나 당시 전면 재택근무 방식에서 팬데믹 이후인 2022년부턴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시행 중이다. 권고사항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직원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를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반발과 슈미트의 발언 철회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국내 다수 기업들도 재택근무 여부가 뜨거운 화두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대부분 기업이 재택근무를 철회하거나 축소하고 있지만, 이미 재택근무의 편의성을 경험한 직원들은 오히려 더 강하게 재택근무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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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원들이 회사에 바라는 복지 1순위도 바로 ‘재택근무’다. 잡플래닛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사에 꼭 생기길 바라는 복지로 1위가 재택근무 등을 하는 자율근무(45.6%)였다. 금전적 지원(26.4%)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간단히 말해, 돈보다 재택근무란 의미다.
현재 근무 중인 회사의 복지 중 가장 만족스러운 복지도 1위가 자율근무(34.5%)였다. 이 역시 금전적 지원(26%)을 따돌렸다.
경기도에 본사가 있는 A기업 관계자는 “확실히 직책에 따라 재택근무 선호도가 크게 갈리는 것 같다”며 “젊은 직원들은 압도적으로 재택근무를 원하고, 임원급은 재택근무를 반대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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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오히려 대기업보다 중소·스타트업에서 재택근무를 적용하는 기업이 다수 눈에 띈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할 방안으로 재택근무를 강조하기도 한다.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한 플랫폼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보장할 순 없지만,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등 워라벨을 보장해주는 것도 인력을 유치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