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울산경남 = 이경길 기자]
지난 5일 제18호 태풍 '차바'에 의해 침수됐던 태화종합시장이 태풍 피해 16일만에 처음으로 5일장을 개장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모두 회복되지 않아 일부 상가들이 문을 열지 못한 상태였지만 시장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상인들과 물건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문을 연 상가는 300여곳 가운데 200여곳. 중구청이 실시하는 실명제에 등록된 353개 노점상도 태풍 피해 이후 첫 장에 설레는 마음으로 물건을 준비했다.
문은 연 상가들과 노점상들은 대부분 야채와 과일, 생선과 건어물 등의 물건을 떼다 판매하는 소매상들과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들.
태풍 피해가 발생했던 날이 장날이었던 만큼 피해도 컸지만 다시 시장을 찾아준 고객들의 발걸음에 희망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38년째 이곳에서 분식점을 운영해 온 이순덕(62)씨는 "장을 열기 위해 어제부터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며 설레였다"라며 "피해 이후 첫 5일장인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기운이 좀 난다"고 말했다.
노점상을 운영중인 임명숙(62)씨도 "7년 정도 노점을 운영해 오면서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한 뒤 "앞으로 먹고 사는 걱정이 컸는데 많은 분들이 방문해 채소를 구입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일부 상인들은 여전히 복구가 되지 않은 상가 앞에서 좌판을 펴고 장사에 나서는 등 태풍 피해를 이겨내려는 모습도 보였다.
건어물 판매상을 운영하는 박남선(66)씨는 "태풍 피해로 가게가 복구되지 않아 완벽한 준비는 하지 못한 상태"라며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많은 분들이 오신 만큼 빨리 전과 같은 모습으로 회복해서 찾아주시는 분들께 좋은 물건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풍 피해 이후 첫 장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고 발길을 한 시민들은 실의에 빠진 상인들로부터 두 손 가득 물건을 구매하며, 빠른 회복을 바랬다.
김미선(53·태화동)씨는 "얼마나 피해가 컸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며 상인들을 위로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인들께 도움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장사에 필요한 야채 등을 태화종합시장에서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0여년을 우정동에서 살아온 강혜경(56·우정동)씨도 "태화시장과 우정시장이 다시 개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았는데,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며 "앞으로 천원짜리 하나라도 더 구매해서 상인들을 도울 수 있도록 자주 찾겠다"고 힘을 보탰다.
이날 태화종합시장을 찾은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자들과 현대차 봉사단 20여명은 시장 내 2곳의 떡집에서 떡 700세트를 구매해 시장 상인들에게 전하고, 시장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는 등 300여만원 상당을 이용했다.
또 윤갑한 현대차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최근 타결한 임금협상에서 노조원들에게 159억원의 온누리상품권을 전달하기로 한 만큼 이를 태화종합시장 등 피해가 컸던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문점 태화종합시장 상인회장은 "16일 만에 5일장이 다시 설 수 있을 만큼 빠른 복구가 되도록 전국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다시 찾아 주시는 모든 분들께 최선을 다해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중구청장은 "태풍 피해로 실의에 빠진 상인들을 위해 귀한 발걸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전한 뒤 "특별재난구역에 선정되지 못했지만 수재의연금과 기금 등 피해 상인들을 도울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구청은 이날 구청 지하 식당을 임시 휴업하고, 구청 직원 400여명이 태화종합시장과 우정시장 내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태풍 피해로 실의에 빠졌던 상인들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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