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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대통령께서 걸으신 곳”... 조롱받던 울산시 입간판 영구 퇴출
방문 기념 간판 얼굴 훼손...박대통령, 전통적 여당 강세지역 울산서도 된서리
[헤럴드경제=이경길(울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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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난 2일 철거된 박대통령 울산 방문기념 입간판. 사진 속 얼굴이 흉하게 훼손돼 있다.(우측 점선)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국면으로까지 내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울산에서마저 된서리를 맞았다. 박대통령의 울산방문을 기념해 세운 ‘입간판 속 대통령 얼굴’이 누군가에 의해 흉하게 훼손돼 결국 철거하기에 이른 것이다.

13일 울산 동구에 따르면, 지난 7월 박대통령이 울산의 대표 관광명소인 ‘대왕암공원’을 ‘깜짝 방문’한 것을 홍보하기 위해 8월말 가로 90cm, 세로 70cm, 높이 1m50cm의 ‘대통령 방문기념 입간판’을 대왕암공원 다리 진입구에 서둘러 설치했다.

‘세계최고의 조선1번지’ 울산 동구였지만 조선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울산시와 동구는 경기를 살려보자는 의미에서 고육지책으로 지역명소인 ‘태화강십리대숲’과 ‘대왕암공원’ 등을 방문한 대통령을 앞세워 그간 ‘박근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왔다.

하지만, 대왕암공원에 세워진 ‘대통령 방문기념 입간판’은 설치한지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영구 퇴출되고 말았다.

박근혜대통령 방문기념 입간판은 설치 때부터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렸다.

울산 동구는 ‘대한민국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대왕암공원 방문’이라는 제목 아래 ‘대통령께서 걸으신 곳’ 등 시대와 동떨어진 표현으로 “지금이 60년대냐”, “이름만 바꾸면 북한 김정은”, “독재시대를 보는 듯...”이라는 등 누리꾼과 관광객들의 비아냥이 난무하자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홍보도구로 활용해왔지만 이조차도 허사가 되고 말았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면서 입간판에 새겨진 대통령 얼굴이 훼손했다는 신고를 수차례 받아왔다”는 울산 동구청은 지난 2일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당일 오후 곧바로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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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박근혜 대통령 방문기념 입간판이 세워졌던 자리.(점선 내)


대왕암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신고를 받고 가보니 대통령 얼굴이 예리한 도구로 깊이 스크래치가 난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왕암공원을 찾은 최모씨(62)는 “최순실의 꼭두각시가 된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화가 치밀어 꼴도 보기 싫다”는 거친 반응을 보이면서 “운동을 겸해 대왕암공원을 자주 찾는 편인데 다리 입구에 있던 입간판이 보이지 않아 그러지 않아도 의아했다”고 말했다.

“관광객도 제법 줄었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말이다. “날씨가 추워진 탓도 있겠지만, 박대통령 방문 이후 그나마 좀 나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관광객이 줄어드는 느낌”이라며 이후 향방에 불안감을 보였다.

울산 동구 관계자는 “대통령 마케팅도 이제 접어야 할 판"이라며 "입간판을 다시 설치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는 태화강십리대숲, 대왕암공원, 간절곶 등 지역명소를 소개할 때마다 ‘대통령께서 직접 추천하고 다녀가신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그곳, 울산’이라는 문구로 박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려왔는데 이 역시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hmd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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