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 게재
[헤럴드경제=이경길(울산) 기자]가속기로 핵폐기물을 처리하거나 핵융합 소재를 연구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차세대 가속기로 불리는 ‘고강도 가속기’를 완성할 새로운 ‘빔(beam) 물리 이론’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정모세 교수팀은 고강도 가속기 설계와 해석에 사용될 새로운 빔 물리 이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연구소(PPPL), 독일 중이온 가속기 연구소(GSI)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가속기는 전자, 양성자, 이온 등 전하(電荷)를 가진 입자를 가속시켜 에너지를 공급하는 장치다. 매우 빨라진 입자들이 이루는 빔이 물질에 부딪치면서 나타나는 효과를 이용하면, 핵 구조나 자연계의 물리법칙 등을 밝힐 수 있다.
고강도 가속기는 기존의 가속기보다 출력이나 전류의 세기를 높여서 운전하는 가속기를 말한다. 이 가속기에서 나오는 강력한 빔을 이용하면 핵폐기물의 반감기를 줄이거나, 핵융합로에 쓰이는 강한 재료를 개발할 수 있다.
정모세 교수는 “가속기의 전류를 높이면 하전입자들 사이에 반발력이 생기므로 이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이론은 50년간 사용돼온 이론을 한 단계 개선한 새로운 빔 물리 이론이다”라고 말했다.
가속기에서는 같은 전기를 띠는 입자들을 모아 한꺼번에 가속한다. 이때 빔 전류가 높아지면 반발력이 커져 전체 빔의 궤적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를 ‘공간전하 효과’라고 부르는데, 1959년 러시아 물리학자 2명이 이를 고려한 이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존 이론에서는 하전입자들이 수평이나 수직 방향으로 결합돼서 움직이는 현상이 빠져 있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고강도 가속기를 설계하고 개발하기 어려웠다.
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빔 물리 이론은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운동하는 하전입자들의 결합 현상까지 고려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며 “이 이론은 차세대 고강도 가속기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고, 가속기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이론이 핵융합 재료 연구, 핵폐기물 처리, 우주의 기원 탐구 등에 가속기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 11월 25일자에 발행됐다. 연구 지원은 한국연구재단 이공학 개인기초연구 지원 사업 및 선도연구센터(SRC) 지원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hmd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