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가 사라진 생쥐에서 조울증이 생기는 원리도 파악됐다. 조울증 치료를 위한 연구에 크게 활용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 생명과학부의 서판길 교수팀과 POSTECH(총장 김도연) 생명과학과의 김정훈 교수팀은 생체신호 전달의 핵심 단백질인 ‘피엘씨감마1(Phospholipase Cγ1, PLCγ1)’의 기능 이상이 조울증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정신질환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몰레큘러 싸이키아트리(Molecular Psychiatry)’ 1월 31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 속보로 발표됐다.
피엘씨감마1 단백질은 서판길 교수가 세계 최초로 뇌에서 분리 정제해 분자적 특성을 밝힌 물질이다. 기존 연구에서도 이 단백질은 조울증 유발에 관여하는 후보 물질로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피엘씨감마1 단백질이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울증 같은 정신질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서판길 교수팀은 피엘씨감마1 유전자를 전뇌에서 없앤 생쥐를 제작하고, 이 생쥐의 뇌 시냅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뉴런)의 끝 부분에서 신호전달이 이뤄지는 부분이다.
피엘씨감마1 단백질이 전뇌에서 결핍된 생쥐는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의 신호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뉴런의 신호를 활성화시키는 ‘흥분성 시냅스’와 반대로 이를 억누르는 ‘억제성 시냅스’의 균형이 깨졌다. 이 영향으로 생쥐는 조증 관련 비정상적 행동을 보였다. 이 생쥐에게 조울증 약물을 투여하자 증상이 완화됐다.
서판길 교수는 “뇌에서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가 서로 협력해 신경전달이 정상적으로 일어나도록 균형을 이룬다”며 “둘의 불균형은 여러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이번 실험을 통해 조울증 관련 역할이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구체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피엘씨감마1 단백질이 사라진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는 억제성 시냅스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뇌유래신경성장인자의 신호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곧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나타나게 만든다.
서판길 교수는 “2007년부터 10년간 진행한 이번 연구를 통해 그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조울증 발병에서 피엘씨감마1 단백질의 역할을 규명했다”며 “앞으로 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꾸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양용렬 박사(제1저자)와 정정훈 POSTECH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연구원(공동 제1저자)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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