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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상 첫 대미투자 1위, 美 경기·대선 리스크 철저 대비를

한국이 사상 최초로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미국 프로젝트 약정액 규모는 215억달러(약 28조5300억원)로 세계 각국 중 가장 컸다. 미중 갈등 속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칩스법) 등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정책에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호응한 결과다. 최근 대미 수출도 역대 최고 수준의 강세다. 우리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향후 미국 경기 변동성과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로선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미 투자 최다국은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전년도보다 11% 가량 줄었지만, 2022년 최고를 기록했던 대만의 투자가 급감하면서 한국이 1위에 올랐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도 10위권 수준이었다. FT는 “중국을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노력과 첨단 기술 제조업체에 대한 수익성 높은 보조금이 한국의 미국 프로젝트를 급증시켰다”고 했다. 2022년 제정된 IRA는 미국 내 생산·조립된 전기차에만 세금 공제 혜택을 준다. 또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갖추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국 기업으로선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법이 가장 확실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보조금·세제 혜택 지급 규모와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현 정부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와 칩스법을 폐지·축소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미 경기도 변수다.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는데, 이를 두고 미 경기가 연착륙으로 가는 과정인지, 이미 시작된 침체의 반영인지 시장 해석이 엇갈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경제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UNCTAD에 따르면 한국 대외투자액 중 미국 비중은 2019년 18%에서 지난해에는 50% 이상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중 투자 비중은 11%에서 1% 미만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1~6월) 대미 수출은 대중 수출을 앞질렀고,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보였다. 대미 의존도가 높아지고, 미 경제·정치 변동에 따른 영향이 커졌다는 얘기다. 대내 투자 확대와 수출 다변화를 비롯한 다각적 모색으로 미국발 리스크에 대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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