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이나 러시아산 제품·기술이 들어간 커넥티드카를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게 했다. 커넥티드카는 무선으로 내비게이션이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차량을 말한다. 2027년식 차량부터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제품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2030년식부터는 중국과 러시아산 부품을 쓴 차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이 집중하고 있는 주력 분야 견제에 나선 셈인데 공급망 조절이 불가피하다.
금지 대상은 블루투스, 셀룰러, 위성, 와이파이 등을 통해 외부와 정보를 주고받는 차량연결시스템(VCS)과 운전자 없이 차량이 스스로 작동하게 하는 자율주행시스템(ADS)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가 있는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은 수입과 판매가 전면 금지되는 것이다. 이 금지조항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가 있는 제조사가 만든 것도 해당되고, 차량을 미국에서 만든다 해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국가안보와 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인데 두 나라 제품을 사용해 차를 만들어 미국에 파는 모든 국가가 영향을 받게 됐다. 한국 업체 역시 대응마련이 시급해졌다. 현재 중국산 소프트웨어 의존도는 낮지만 하드웨어부품 중 일부는 중국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바이두와 커넥티드카 협력관계를 이어온 현대·기아차의 발길도 바쁘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통신형 내비게이션, 음성인식 서비스, 스마트 콘텐츠 서비스 등 바이두와 공동 개발한 다양한 시스템을 중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4월엔 커넥티비티(연결성), 자율주행, 지능형 교통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 등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주로 중국 판매 차량에 적용한 것이라도 기술 적용 여부를 전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요즘 차량들은 인터넷과 연결된 카메라와 GPS장치 등을 갖추고 있기에 미국의 제재는 모든 차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기술 구성요소를 면밀 분석하고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미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판매시장이다. 미 대선에서 누가 되든 중국 견제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선제 대응 차원에서도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현대차와 GM이 차량 개발부터 생산까지 협업하기로 한 것처럼 폭넓은 기술 및 공급망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 제재는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부도 미국이 향후 규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이 불이익을 겪지 않게 세심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산 규제 대상 부품을 명확히 해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