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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권택-강수연 인터뷰③]22년만의 프러포즈 ‘달빛길어올리기’

◆22년만의 프로포즈
-‘아제아제 바라아제’ 이후 세번째 만남인데.

▶임=강수연양과 영화를 굉장히 많이 한 줄 알았더니 딱 두편인 거요. 스무살 무렵 딱 두편하고 저 배우가 40대가 되도록 내가 한 작품도 안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40대가 지닌 매력을 찍고 싶었어요. 강수연양이 어렸을 때야 연기 말고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여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지. 일을 하면서 여러 면을 보게 됐는데 ’배우가 아니고 다른 것을 했어도 크게 성공했을 사람이구나,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었구나’ 이런 걸 느꼈어요.

▶강=한지 영화 하시는 거 알았고 잘 되셔야 하는데 마음만 갖고 있었는데, 어느날 만나자고 할 얘기 있다고 하시는거에요. 뵈었더니 너한번 해보지 않겠니 하셨죠. 감독님하고 예전에 작품을 해왔지만 현장에 있으면 배우를 만들고 다듬고 감싸주시는 느낌 받아요. ‘나를 아끼는구나’ 그런 느낌. 스태프는 아들 같고 딸 같으니 감독님 대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그 아이들한테도 따뜻하게 잘 해주세요. 앞으로 20년 후에도 꼭 같이 할 거에요.

-101번째 영화를 한지 소재로 택한 이유는?

▶임=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민병록 교수가 한지를 영화로 했으면 어떻겠느냐 제의를 해왔죠.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사람들이 살아온 것 중에서 영화가 될 법한 것을 해왔으니까 다음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생각하고 있던 터에 한지 이야기가 나오니까 한번 해볼만 하겠다 생각했어요. 마침 전주시가 조선왕조실록을 복원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그거를 영화로 하자 했죠. 그러면서 이게 101번째인데 기왕에 해왔던 100번째까지의 임권택이라고 하는 것을 그만찍고 새로운 영화로 보이게 찍자 했어요. 그래서 지장(한지의 장인)을 취재하면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어보자 했던 거요.

▶강: 이제 전 스태프가 한지를 뜰 수 있을 거 같아요. 촬영 마지막 날 모니터를 뒤에서 봤는데 너무 새로운 거에요. 이제까지는 드라마가 강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주로 찍으셨는데, 이번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전 감독님하고 틀려요. 마치 영화 잘 찍는 신인감독 작품 같아요. 이렇게 영화 오래 하신 분이 이전까지의 것을 다 버리고 새로 찍을 수 있구나. 젊은 감독들은 이렇게 못 찍을 걸요. 놀라와요. 그래서 첫 기술시사회가 끝나고 감독님께 ‘오래 사셔야 되요, 영화 잘 만드시잖아요’. 이렇게 말씀 드렸죠. 
17일 임권택과 강수연의 동행 수원 한옥마을.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1.02.17
17일 임권택과 강수연의 동행 수원 한옥마을.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1.02.17

-강수연씨는 영화 속에서 강인하고 독립적인 이미지의 여성을 연기를 해왔는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강: 영화 속 이미지일 뿐이죠.

▶임: 강수연양이 자기를 착각하고 있는데, 실제 일상 생활에서도 기가 펄펄 살아가지고 남자가 겁을 먹어요.

-강수연씨가 결혼을 하게 되면 임권택 감독께서 주례를 맡으실 건가요?

▶임: 제가 매번 그럽니다. 뭣이 부족해서, 뭐가 잘 못되서 결혼을 못하고 있니. 그러니까 제가 주례를 꼭 해 줘야 하는 두 사람이 있어요. 하나는 조감독 남지영이고, 또 하나가 강수연양이죠.

-두 분이서 술자리도 자주 가지시나요?

▶강: 소주, 맥주, 와인, 코냑, 보드카…. 감독님하고 마신 술로 양조장도 차릴 걸요? 감독님이 워낙 노래를 안 하시는데, 몇 년만에 한번씩 부르시거든요. 무조건 ‘방랑시인 김삿갓’인데, 저는 몇 번을 들었어요.
▶임: 제가 박치에 음치라서. 얼른 끝낼 수 있는 노래가 ‘방랑시인 김삿갓’이에요.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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