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게 ‘발 연기’란 없다. 악다구니를 쓰다가도 어느새 시청자 눈물을 쏙 빼는 가인, 새로운 ‘까도남’ 연기로 여심을 흔드는 최강창민와 40대 아줌마 못지 않은 푼수 연기를 선보이는 조권은 이제 웬만한 신인 연기자보다 탁월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이들의 일취월장한 연기력 뒤에는 숨은 ‘미다스의 손’들이 있다. 연극무대와 TV를 오가며 활약한 베테랑 조연급 연기자들은 후배들의 설익은 연기에 힘과 혼을 불어넣는다.
▶‘성스앓이’의 숨은 주역은
KBS ‘성균관 스캔들’의 박유천. 안정된 발성과 시선처리, 풍부한 감성연기로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그의 뒤에는 성균관대사성으로 출연한 중견 연기자 김하균씨가 있다. 박유천의 연기 지도를 자처한 그는 드라마 촬영에 앞서 2개월간 유천에게 혹독한 연기 훈련을 시켰다. ‘김하균 아카데미’의 정승우 이사는 “유천은 두달 이상 거의 매일 나오다시피하며 연기를 익혔다. 하루 열시간 이상 수업할 때도 많았는데 연기에 대한 흡수력이 남다른 친구였다”고 전했다.
아이돌 가수들은 연습생 시절 오랜 연기 트레이닝을 받지만 일단 드라마에 캐스팅되면 조연급 중견 배우들로부터 일대일 개인 교습을 받는다. 촬영 전 1~3달 집중적으로 교습을 받고 촬영장에서도 틈틈이 대본리딩을 하면서 연기 훈련을 한다.
SBS ‘파라다이스 목장’의 최강창민은 김철규 SBS PD의 연기 수제자. 김철규 PD는 “창민이 밤마다 제 사무실에 들러서 일대일로 연습을 많이 했다.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다행히 무대와 연기에 대한 ‘감’이 있어서 빠른 시간 안에 연기가 부쩍 자연스러워졌다”고 전했다.
▶“아이돌과 신인연기자, 카메라 응시법부터 달라”
전문가들은 가수로 데뷔한 아이돌과 처음부터 연기자로 데뷔한 배우들이 발성과 카메라 응시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정승우 이사는 “가수와 연기자는 카메라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가수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카메라가 그들의 동선을 따라 쫓아간다면, 연기자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듯 연기해야 한다. 가수와 연기자의 발성법도 큰 차이가 있어 호흡부터 다시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래서 윤아, 유노윤호, 유천, 조권 등 대부분의 아이돌그룹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기본적인 연기 트레이닝을 받는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치밀하게 짜놓은 트레이닝 시간표에 결코 빠지지 않는 것이 연기 지도.
스타제국엔터테인먼트의 신수인 실장은 “주로 연극과 드라마 출연을 같이 하는 조연급 중견 연기자들이 직접 레슨을 한다. 발성과 호흡법부터 연습을 시작하고 초급 훈련을 마치면 멤버 각자의 재능에 따라 예능과 영화, 드라마 등으로 세분화해 개인 레슨을 받는다”면서 “데뷔 후에도 앨범 활동이 한창인 때를 제외하면 일주일에 1~3회정도 꾸준히 레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장주연씨등 중견 연극배우 및 연기 트레이닝센터 ‘캐스트’의 안혁모 본부장 등이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등 걸출한 아이돌 연기자들을 배출한 장본인이다. 이들이 받는 트레이닝료는 천차만별. 제작사의 부탁이나 후배 양성 차원에서 수업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소속사가 일주일에 100만~200만원 이상을 ‘답례비’ 차원에서 지급한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