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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의 기다림은 황홀했다”
전설의 록밴드 ‘이글스’ 첫 내한공연
예순 넘은 네명의 노신사

세월 거슬러 올라간듯

유려한 연주·환상 음색 선사

1만3천여 팬 환호

관객 대부분 40~50대

타임머신 탄듯 추억속으로…

기쁨과 감동의 탄성 절로




40년 연륜의 거장이 들려주는 음악은 아름답고도 견고했다. 원숙함, 연륜이라는 말만으론 부족한, 40년간 음악을 해온 노장 밴드의 무대는 존재 자체로 감동이었다.

1960~70년대 한 획을 그은 ‘세기의 밴드’ 이글스가 수십년간 그들을 기다려온 한국 팬들을 찾았다.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1만3000여 관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예순이 넘은 네 명의 노신사는 세월을 거슬러 여전히 유려한 연주와 환상의 음색을 들려줬다. 그들의 몸에 새겨진 주름만큼이나 음악도 섬세한 나이테로 채워진 듯 견고하고 유연하게 흘러내렸다.

예상을 깨고 모두가 기다렸던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는 공연 초반부에 흘러나왔다. 나직한 기타 선율로 전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기쁨과 감동의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드디어 드러머 돈 헨리의 가슴 저릿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두 숨죽이며 음악에 젖었다.

180분 공연은 컨트리와 록을 오가며 다양하게 채워졌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아이 캔트 텔 유 와이’ ‘데스페라도’ 등 소프트록이 마음을 울리다가도, 중간에 통기타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컨트리송이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네 명이 모두 노래하는 이글스는 멤버별로 돌아가며 독창을 했고, 글렌 프라이(기타)의 부드러운 음색, 돈 헨리(드럼)의 터프한 저음, 조 월시(기타)의 찌르는 듯한 고음, 티머시 비 슈미트(베이스)의 미성까지 여전히 환상의 조화를 이뤘다.

대중적인 멜로디에 유려한 연주, 힘 있는 목소리와 섬세한 감성의 절묘한 조화는 거장 밴드의 저력이었다. 마지막 곡은 모두가 기다려온 세기의 명곡 ‘데스페라도’.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눈을 감고 아름다운 선율에 푹 빠졌다.

이날 관객의 절반가량은 40, 50대 중장년층이었다. 수십년간 기다림 끝에 이뤄진 만남에 내내 발을 동동 구르며 노래를 흥얼거렸던 그들은 추억으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 젊음을 만끽했다. 국내 연예인들도 공연장을 찾아 거장의 음악에 귀 기울였다. 가수 윤종신은 이날 트위터에 “오늘 정말 최고였다. 나도 청바지가 어울리는 60대가 되리라”는 감상평을 올리기도 했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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