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에 있는 작은 방송국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쯤의 여성 PD 베키 풀러(레이첼 맥아덤스). 한국으로 치자면 지방 방송국 혹은 케이블 TV의 계약직 사원이자 시사ㆍ보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교양PD라고 할 수 있다. 학벌도 배경도 내세울 것 없지만 사랑도 연애도 뒷전이고 오로지 일인 열혈여성인데, 방송국에서 갑작스레 해고를 당한다.
오갈 곳 없는 처지에서 뉴욕의 전국 방송국에서 간신히 일자리를 얻게 된다. 시청률 만년 꼴찌인 모닝쇼 ‘데이 브레이크’를 맡은 것. 베키 풀러는 세계 각지의 분쟁 현장을 누비고 거물급 정치인들을 만났던 전설적인 앵커 마이크 폼로이(해리슨 포드)를 공동 진행자로 영입한다.
마이크 폼로이는 “뉴스는 신성한 사원”이라는 신념을 가진 자존심 세고 고집불통이며 까다롭고 괴팍하기로 악명이 난 언론인이지만, ‘방송국과의 (전속)계약서’를 들먹이며 읍소 반 협박 반 매달리는 베키 풀러로 인해 결국은 각종 신변잡기나 생활정보, 연예가십 등을 다루는 모닝쇼 진행자 석에 앉게 된다. 하지만 국제, 정치, 경제 등 진지하고 심각한 뉴스만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그는 카메라 앞에서도 입을 굳게 닫고 냉소로 일관하며, 베키 풀러와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킨다. 게다가 원래의 MC이자 공동진행자인 콜린 팩(다이앤 키튼)과도 ‘방송사고’에 가까운 대립과 신경전을 일삼는다.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고 프로그램은 폐지 위기에 놓인다.
레이철 맥아담스의 경쾌한 연기도 볼 만하지만 만사 ‘까칠한’ 앵커 역의 해리슨 포드는 이 영화의 묘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의 메릴 스트립에 버금간다. 푼수기에 자아도취에 빠진 ‘수다쟁이 아줌마’같은 다이앤 키튼도 해리슨 포드와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시나리오 작가 엘라인 브로시 메켄나가 이야기를 만들었고, 연출은 ‘노팅힐’의 로저 미첼 감독이 맡았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