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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떠난지 2시간만에 대지진…그래도 희망 향해 달린다
서울 경마공원 첫 日여성 기수 벳푸 마이
데뷔 7년차 日서 350승 기록

5년 연속 우수기수상 영예도

과천서 이르면 26일 첫 출전

“구호성금 등 한국 온정 감사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



벳푸 마이(24ㆍ別府真衣) 씨는 일본 여자 기수다. NAR 그랑프리(일본 지방경마 연도대표) 5년 연속 우수 여성기수상에 빛나는 스타다.

그는 지난 11일 오후 12시30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을 떠났다. 열도에 대지진이 닿기 2시간여 전이다. 김포공항에 닿은 벳푸 기수는 무서운 자연재해를 겪은 가족에 대한 걱정과 자신은 무사하다는 안도감이 겹쳐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그가 해협을 건넌 건 한국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그는 국내 두 번째 여성 용병 기수다. 첫 번째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히토미 기수. 서울경마공원으로서는 처음 해외에서 건너온 여성 기수를 받은 셈이다.

그의 도전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조금 더 특별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경마는 올스톱됐다. 일본중앙경마회(JRA)는 지난 주말 나카야마, 한신, 고쿠라 경마를 취소했으며, 오오이시, 고치 등의 지방경마 역시 지진 탓에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한국 무대에 올인해야 한다.

17일 오전, 서울경마공원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는 벳푸 마이 기수. 고국의 대지진은 안타깝지만 그럴수록 한국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작지만 강하다. 일본 지방경마 고치 경마장 소속. 몸무게 40㎏으로 현역 기수들 중에 가장 가볍다. 데뷔 7년차 임에도 불구하고 통산전적 3259전 350승을 기록 중인 일본을 대표하는 기수다. 특히 2005년 10월 데뷔 경주에서 호쾌한 우승을 기록하며 일본 경마계를 놀라게 했다. 신인답지 않는 기승술로 데뷔 1년여 만에 50승을 기록해 종전에 다카하시 유코가 36년간 보유하고 있던 최연소 50승 달성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다카하시 유코는 1970년 19세10개월 만에 50승을 달성했고, 벳푸는 2006년 18세7개월 50승을 이뤄냈다.

이뿐 아니다. 벳푸 기수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NAR그랑프리(일본지방경마 연도대표상) 우수여성기수상을 차지하고, 2008년에는 일본 지방경마 여성기수 시리즈를 우승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기수로 평가받아 왔다.


그녀의 한국 진출은 지난 2009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개최된 국제여성기수 초청경주에 참여한 게 인연이 됐다. 당시 벳푸 기수는 부경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히토미 기수와 치아키(아라오 경마장) 기수와 함께 일본 대표로 출전해 7위와 11위를 기록했다. 당시 일본으로 돌아간 벳푸 기수는 한국 진출 희망을 밝혔지만 고치 경마장이 스타 기수였던 그를 쉽게 놔줄 리 만무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경마 관계자들을 설득해 결국 1년9개월 만에 한국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복색 제작과 적응기간을 거쳐 이르면 오는 26일부터 경주에 출전할 예정이다.

일본 지진 소식이 전해지자 마사회 김광원 회장은 그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또 JRA 관계자와 전화 통화해 구호 성금 조성과 일본 경마 정상화 협조의 뜻을 전했다.

벳푸 기수는 “온정의 손길을 보여준 한국 분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한국의 온정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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