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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영화관 상영포기·휴관…세계영화계 불황‘쓰나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영화계 및 극장 영업 일부가 사실상 ‘마비’됨에 따라 세계 영화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해외 매출 중 일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영화계에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지난 11일 이후 13일까지 미국영화가 자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거둔 주말 흥행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가량 감소했다고 미국 영화ㆍ미디어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가 최근 보도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극장 시장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 영화제작자협회(MPA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극장매출은 총 318억달러(36조2106억원)를 기록했으며, 이 중 미국에서의 흥행수입은 106억달러였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24억달러(2조3728억원)의 극장매출을 기록했다.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 영화 극장매출의 7.5%나 된다.

일본의 영화전문매체 시네마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지진 발생 이후 13일까지 지난 주말엔 피해지역인 일본 도호쿠 및 간토 지역의 극장들이 대거 휴관에 들어감에 따라 정상영업을 한 곳은 평소의 6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주 초까지 한시적으로 문을 닫았던 극장들은 대부분 휴관을 18일까지 연장했다. 주말 재개관도 17일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일본 현지 언론들은 속속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진과 해일, 원전 폭발 및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 수급 차질로 일본 정부가 일정 시간 정전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상영시간의 단축이나 휴관을 선택하는 영화관이 이어지고 있다.

개봉이 예정됐던 영화들도 물리적인 상황이나 국민정서상 이유로 줄줄이 상영을 포기하고 있다. 이미 대지진을 다룬 중국영화 ‘탕산대지진’이 26일로 예정됐던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탕산대지진은 1976년 중국 허베이(河北)성에서 일어나 40만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냈던 20세기 최악의 참사 중 하나다. 이미 개봉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히어애프터’는 해일로 인한 재난 장면 때문에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가 지난 15일 상영을 자진 중지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미국에서의 DVD 판매수익을 재해 구호를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공포스릴러 영화 ‘더 라이트’도 현재 일본이 처하고 있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배급사는 19일 개봉을 취소했다. 

‘탕산대지진’

원전 폭발과 여진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취소되는 일정과 상영이 어려운 작품 목록은 계속 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특히 인기가 좋은 일본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메가마인드’는 12일로 예정됐던 시사회 및 개봉도 취소됐고, 이번 주 일본 각지에서 시사회가 잡혔던 아카데미영화상 화제작 ‘파이터’와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월드 인베이전’ 등도 영사기에 필름을 걸지 못했다.

지난해 일본 극장시장은 전년 대비 11% 성장하며 중국과 함께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전 세계 흥행수입도 전년 대비 8% 커졌지만 올해는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의 대지진은 너무 많은 것을 흔들어놓았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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