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브닝 서울~! 로큰롤을 즐길 준비가 됐습니까?”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 대신 짐승이 포효하듯 거친 목소리의 인사가 울려 퍼졌다. 이내 트레이드 마크인 ‘톱해트(마술사 모자)’와 길게 늘어뜨린 검은 곱슬머리, 그의 분신인 레스폴 기타를 멘 기타리스트 슬래시(46)가 뛰어나왔다. 20일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슬래시의 첫 단독 공연이 열렸다. 1999년 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 당시 기타리스트로 동행한 이후 두 번째 내한이다.
이날 120분간 잠시도 쉴 틈 없이 펼쳐진 공연에서 슬래시는 ‘기타의 신(神)’다운 유려한 연주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첫 곡 ‘고스트(Ghost)’부터 관객석은 열광으로 끓어올랐다. 슬래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기타 속주를 이어갔고, 관객들은 기타를 직각으로 세운 채 현란한 손놀림을 보여준 그의 숨 막힐 듯한 연주에 귀 기울였다.
이날 공연은 ‘로켓 퀸(Rocket Queen)’ ‘시빌 워(Civil War)’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 Mine)’ 등 건스N로지스의 곡들이 공연 내내 뿜어져 나와 반가움을 더했다. 공연 내내 다른 멤버와 달리 (주인공임에도) 무표정한 얼굴과 절제된 동작으로 일관하던 슬래시는 마지막 두 곡을 연주할 때 하얀 치아를 보이며 웃기 시작했다. 무뚝뚝한 것으로 유명한 그가 관객들에게 “너희 정말 대단하다”며 연방 감탄을 쏟아낸 것도 이례적인 ‘사건’.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곡 ‘파라다이스 시티(paradise city)’였다. 건즈N로지스 시절을 회상하듯 관객들도 슬래시의 긴 솔로 연주에 숨죽였고, 후렴 부분에서는 거대한 합창이 나올 정도로 열광의 끝을 보여준 ‘록쇼’였다.
슬래시의 ‘짐승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도 여전했다. 슬래시는 공연 내내 무대 위를 뛰어다녔으며, 앙코르 무대에서는 상의를 탈의한 채 등장해 46세의 나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탄탄한 몸매를 과시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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