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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넘긴 ‘승승장구’, 대한민국 토크쇼로 살아남는 법
토크 버라이어티 KBS ‘승승장구’가 1년을 넘겼다. 메인MC 김승우는 “2~3개월 하다가 100% 쫒겨날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순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그런대로 잘 이어왔다. ‘승승장구’는 착한 토크쇼에 집착하다 탐구정신이 실종됐던 ‘박중훈쇼’와 토크 종합선물상자 ‘강심장’ 사이 어디쯤에 위치해있다.

‘승승장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게스트다. 경쟁 프로그램인 ‘강심장’은 20여명의 게스트가 나와 각자 독립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몇몇 게스트가 제 역할을 못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반면 ‘승승장구’는 1인 게스트와 게스트와 인연을 맺은 ‘몰래 온 손님’ 1~2인이 전부로 1인 게스트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게스트 선정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

윤현준 PD는 “게스트를 섭외하는데 신념이 없었는데 조금씩 생기고 있다”면서 “꼭 특A급만을 섭외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이 얼마나 잘 나가는 사람이냐보다 그 사람이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은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잔잔한 반향과 감동을 일으켰으면 한다”고 게스트 섭외 원칙을 밝혔다.

‘승승장구’는 최근 여전히 놀라운 위트와 입담을 보여준 자니윤과 게스트로는 출연하지 않았던 김구라를 게스트로 출연시켜 좋은 반응을 얻었다. 75세인 자니윤은 상황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운 유머를 구사하며 요즘 개그맨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고, 김구라도 거침없이 솔직한 독설을 날리다 최근에는 독설의 수위를 조절하는 그만의 차별화된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비(정지훈)가 게스트로 나왔을 때 처음으로 ‘강심장’의 시청률을 눌렀고, 2PM, 김수미편도 두자리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이구동성으로 인상 깊은 게스트로 꼽았던 김성근 야구감독편은 최하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이 부분은 한번 짚어볼 문제다. 김 감독은 10년간 신장암 수술을 숨겨야 했던 사연을 털어놨고 인생에서 두번째 공은 없다는 좌우명 ‘일구이무(一球二無)’를 들려줘 감동을 선사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게스트에게 어떤 질문을 하느냐다. 이는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윤 PD는 “게스트가 얘기하기 싫어하는 것은 묻지 말자는 주의다”면서 “우리가 그렇게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게스트가 하고 싶은 말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승승장구’는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도 든다. 제작진도 이를 느끼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구성을 바꾸고 있다. 인물의 전반적인 연대기적인 구성에서 중요한 포인트만 뽑아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럼에도 MC진의 순발력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정재용의 코믹, 막내 이기광의 당돌 돌발, 메인 MC 김승우의 분위기 메이킹 등 역할 분담은 어느 정도 돼있지만 대본 플레이를 넘어서는 순발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스트가 말하는 있는 그 상황에 따라 흘러가며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토크의 내공은 더 길러져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승승장구’는 다른 토크쇼에 비해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중 하나인 진정성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해 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게스트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일방통행식 토크가 아니라 ‘우리 빨리 물어’ 등 질문이 시청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스타와 시청자가 함께 어우러져 소통한다는 느낌을 준다.

‘승승장구’가 게스트에게 조미료를 강하게 친, 독하고 자극적인 폭로 유도형 질문을 던지지 않고 게스트의 삶을 들여다보며 자연스럽게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건 분명 장점이다. 토크쇼가 인생을 듣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사람에게 묻고 답을 듣는 프로그램이라 깊이 들어가지 못하면 밋밋할 수밖에 없다.

윤 PD는 “1인 게스트인 ‘승승장구’와 20명 게스트인 ‘강심장’은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재미를 뽑는 건 저쪽이 유리하고 진지함을 유지하는 건 우리가 쉽다”고 말했다. ‘승승장구’에 ‘강심장’ 같은 들썩임이 왜 없느냐는 이야기는 ‘강심장’에 왜 ‘승승장구’ 같은 진지함이 없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진지하다고 재미가 떨어진다는 편견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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