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서바이벌 예능 ‘나는 가수다’에서 최하위인 7위로 첫 번째 탈락자가 된 김건모에게 원래 규정을 깨고 재도전 기회를 부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건모는 20일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직접 편곡해 피아노를 치며 불렀지만 500명의 청중평가단으로부터 가장 적은 지지를 받아 탈락자가 됐다. 하지만 김건모 당사자와 나머지 출연자 6명, 매니저의 충격을 감안해 제작진은 긴급회의를 열고 모두 동의한다면 재도전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김건모는 이를 받아들였고, 다음주에도 탈락자 없이 기존 7명의 가수로 다시 경쟁하게 됐다. 그러나 이날 탈락자 자리에 새로 들어올 가수까지 대기시켰던 터라 제작진의 결정은 무리수라는 점이 드러났다.
제작진은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자는 명분으로 공연 마지막에 진짜 립스틱을 입술에 발랐던 퍼포먼스가 평가단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중평가단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김건모가 이날 가장 적은 표를 얻은 것은 립스틱 퍼포먼스 때문이 아니다. 오디션에 임하는 참가자답지 않게 장난스럽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김건모의 노래가 감동이 덜했다. 상대적으로 1위에 오른 윤도현과 정엽이 워낙 잘 부른 탓도 있다. 다른 가수에 비해 김건모는 성의없게 보인 점이 감표 요인이다.
김건모는 준비를 게을리 한 건 아니다. 다만 진지한 것을 싫어해 오히려 태연한 척했고 심지어 장난스럽게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이게 패착이었다. 김건모는 중간평가에서도 노래를 부르다 “틀렸다”면서 해당 부분을 몇 차례 반복해서 부르는 등 진지함을 상실했다.
서바이벌 형식의 ‘나는 가수다’에서 시청자가 보고 싶어하는 것은 이미 경지에 이른 기성가수가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저런 대가도 떨고 있구나”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숙제를 받아든 학생으로 돌아가 이것저것 열심히 해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초심의 모습은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의 서바이벌 형식이 평소 편하게 부르던 가수에게 긴장감을 주고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