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은 숱한 패러디물을 만들어냈다. 인터넷과 조우한 패러디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풍성해졌다.
여기에 하나가 또 더해졌다. 녹화만 했다 하면 스포일러가 극성이다. 이번에는 과연 ‘진짜’일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전에 한 차례 반복 학습을 통해 거쳤던 이전 스포일러를 떠올리며 누리꾼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기에 이르고 있다. 물론 ‘유치한 소설같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1일 경기도 일산 드림센터에서는 ‘나는 가수다’의 녹화가 이뤄졌다. 20일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은 이미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직업이 가수인 이들을 노래로 평가한다는 발칙한 포맷은 최초의 탈락자 김건모가 재도전에 나서며 무참히 깨어졌다.
김건모의 재도전 녹화는 진행됐으며 무사히 마치게 됐다. 드림센터를 꽉 메운 500명의 청중평가단은 녹화를 마치고 나면 손이 빨라진다. 방송 후기라는 제목의 스포일러를 올리는 손들이다.
녹화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어김없이 ‘나는 가수다’의 스포일러성 내용이 게재됐다. 방청객을 자처한 여러 누리꾼들은 앞다투어 이날의 녹화상황을 써내려갔다.
▶ 김건모 ‘자진 사퇴설’부터 ‘김연우 등장설’까지=먼저 ‘김건모의 자진 사퇴설’과 관련한 스포일러성 글이다. 방청객의 야유를 받으며 등장한 김건모는 큰 절을 한 뒤 노래를 불렀고, 노래의 마지막 “이 곡이 제 마지막 곡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는 내용이었다. 김건모의 자진 사퇴설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김건모의 자진 사퇴와 더불어 또다른 가수의 탈락설도 제기됐다. 첫 방송 당시 자신의 히트곡 ‘꿈에’를 열창하며 선호도 조사 1위를 차지한 박정현은 김건모의 ‘첫인상’을 불렀으나 일부러 못 부르는 듯한 느낌을 줬고 결국 최초의 탈락자가 됐다는 것.
하나가 더 있다. 가수 김연우의 등장설이다. 김연우가 새로운 멤버로 합류해 노래를 불렀다는 것으로, 김연아의 경우 이미 ‘나는 가수다’의 새로운 멤버로 합류하리라고 누리꾼들은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제작진은 새로운 멤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일러성 게시물을 종합하면 김건모를 비롯한 7명의 가수들은 출연 가수들의 인기곡을 바꿔불렀다. 출연가수들의 선곡 목록을 살펴보면 이소라는 윤도현의 ’잊을게‘, 윤도현은 백지영의 ’대쉬(Dash)‘, 김건모는 정엽의 ’유어 마이 레이디(You‘re my lady)’, 박정현은 김건모의 ‘첫인상’, 김범수는 박정현의 ‘나의 하루’, 백지영은 김범수의 ‘약속’, 정엽은 이소라의 ‘제발’을 불렀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이 이날 녹화의 최종 스포일러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이미 첫 녹화 이후부터 인터넷을 통해 쏟아진 ‘나는 가수다’의 방청 후기 및 스포일러를 겪은 터라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반응부터 “조악하게 꾸며진 티가 난다. 소설일 게 분명하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이 스포일러성 게시글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끝없는 스포일러에 제작진의 당부를 바라는 누리꾼도 많은 상황이다. “화제가 논란을 만드는지 논란이 화제를 만드는 것인지 아리송하며, 이러한 잡음들을 제작진이 의도하는 것은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러한 와중에 작곡가 윤일상은 21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가수다’의 녹화 후기를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
“다음번 방송될 ‘나는 가수다’의 공연녹화분이 끝났습니다. 최고의 공연을 보여준 가수 여러분들의 노력과 정성이 한 분 한 분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이 좋은 무대를 만날 수 있다는것 자체가 그저 감동입니다.”라는 것이었다. 스포일러와 논란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나는 가수다’에 또 한 번 실낱같은 희망이 남겨졌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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