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을 코 앞에 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수뇌부 갈등으로 회장이 전격사퇴하고, 개막전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중계권문제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KLPGA 회장을 맡고 있던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22일 전격사퇴하며 협회의 내홍이 수면 위로 공개됐다.
선 회장은 KLPGA 회장을 맡으면서, 투어를 주관하는 자회사격인 KLPGT(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달로 만료되는 KLPGT 대표 연임을 희망하자, 선수 출신 이사들이 ‘2009년처럼 선수 출신 임원과 공동대표제로 하자’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선 회장은 모 기업의 대표가, 자회사의 공동대표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21일 이사회에서 공동대표제가 통과되자 협회 회장직까지 내놓겠다는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다.선 회장은 또, 협회 이사진들이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된 중계권 분쟁에 대해 ‘선 회장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중계금액을 적게 써낸 IB스포츠를 택했다. 이는 밀어주기다”라고 말한 것에도 분노하고 있다. 선 회장은 사퇴 후 “당시 사외이사 4명, 사내이사 4명, 협회 임원 2명 중 사외이사 1명, 사내 이사 3명, 협회 임원 2명이 IB를 택했다’고 선정배경을 밝히며 반박했다.
결국 협회 수뇌부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과 골프팬들에게 돌아갈 참이다. 우선 하이마트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개막전 하이마트 여자오픈(4월8일~10일ㆍ전남 장성푸른솔CC)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대회 개최를 포기한다는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선 회장의 불명예 사퇴에 격앙된 하이마트 경영진들이 ‘이런 상황에서 대회를 뭐하러 열어주느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선 회장이 “예정된 대회는 열어야한다”고 밝혔다지만, 벌써 선수들에게 대회무산 소식이 전해졌고, 이는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퍼진 상황이다. 시즌 개막을 고대하던 팬들도 갑작스런 대회 무산소식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KLPGA는 이번 사태로 팬들의 비난과 함께 인기하락까지 각오해야할 것 같다. 대회수도 남자 보다 많고, 선수들의 몸값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며, 팀 창단러시가 일어날 만큼 여자골프의 성가는 높아졌지만, 이번 일로 찬물을 끼얹게 됐다.
개막전 취소에 이어, 지나치게 치솟은 중계권료에 부담을 느낀 방송사들이 중계포기라는 강수로 맞설 공산도 높다. 2007~2010년까지 4년간 10억원이었던 중계권료는 이번 분쟁 당시 3년간 106억원(IB스포츠 제출안)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방송사측은 “아무리 인기가 높아졌다고 해도, 1년 내내 경기하는 프로야구 보다 비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중계가 무산되면 이는 곧 주요 스폰서들의 지갑을 닫아버리는 사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한 대회에 15억원 이상을 쓰는데 중계가 되지 않는다면 스폰서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례 없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한국여자골프. 관심을 모으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외면당해 추락하는 건 한 순간이라는 걸 모두 잊고 있는 모양이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