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PD의 교체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프로그램을 만들다 물의를 일으켜 PD를 교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다. 이소라, 정엽, 백지영, 김범수, 윤도현, 박정현, 김건모, 이 일곱 명을 한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김 PD가 오랜 기간 이들과 친분을 유지했지에 가능했다. 이들중에는 김영희PD 믿고 들어왔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MBC가 자칫 출연자들의 동요까지 있을지도 모르는 김영희 PD의 교체를 강행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한번 깨진 ‘나는 가수다’의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영희 PD는 꼴찌로 탈락하게 된 김건모를 탈락시키지 않고 재도전 기회를 부여한 것과 관련,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실수고 불찰이라 시청자의 비판을 감안했지만 이렇게 거셀 줄은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가수다’는 실력이 검증된 기성가수들에게 등수를 매겨 최하위를 탈락시키는 ‘독한’ 방식을 사용한다는 일부 비난을 무릅쓰면서도 강행한 것은 최고의 가수들이 펼치는 최고의 무대를 위한 불가피한 장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본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자칫 공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이를 추슬러 다시 경연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문제는 보는 사람의 긴장감이 떨어져버렸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룰(규정)이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면 전처럼 봐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MBC는 이런 흐름을 겸허히 수용하고 김영희 PD 교체라는 강수를 뽑아든 것이다.
한편, MBC는 김영희 PD 교체와 관련,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면서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PD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안우정 예능국장은 지휘책임을 물어 구두 경고했다.
MBC는 이어 “시청자들이 ‘나는 가수다’에 보여준 엄청난 관심에 감사드린다”며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더욱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조만간 김영희 PD의 후임을 결정해 ‘나는 가수다’ 제작에 투입할 예정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