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23일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면서 PD 교체를 강행했다. MBC의 입장은 한 번 세운 원칙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것이나 막상 PD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자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흔들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유는 명료했다. 김영희 PD가 가지는 영향력과 존재감 때문이다. ‘양심냉장고’ ‘느낌표’ 등으로 오랜 기간 예능PD로 활약해온 김영희 PD에 대한 신뢰와 친분이 있었기에 7명의 쟁쟁한 가수들의 섭외가 가능했음은 방송가에서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야 음악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김영희 PD만을 믿고 출연을 결심했음 역시 속속 전해져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에 대한 통제권은 김영희 PD에게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좋아하는 가수가 탈락했다’고 눈물을 떨구는 등 자신의 감정들에 충실한 이소라를 비롯해 충격은 충격대로 노출하고 실망은 실망대로 드러내는 다소 본능적 감성의 출연진 모두를 아우르는 것은 가수들과 김영희 PD의 관계 속에서 가능했음이 자명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하리라는 관측이다. 김영희 PD가 떠난다는 소식이 나오자 출연 가수들은 이내 패닉상태에 빠졌다. 김영희 PD를 보고 출연을 결정한 가수들은 23일 현재 경기도 일산의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가지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충격에 휩싸인 가수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 지도 미지수인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스포일러와 조작,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 속에서 결국 떠나는 김영희 PD와 혼란 속으로 빠져든 가수들, 이제 ‘나는 가수다’가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미궁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곧 새로운 사령탑으로 자리를 채울 후임 PD가 ‘나는 가수다’를 책임지겠지만 ‘일밤’의 쇄신을 꾀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 ‘원칙과 공정’의 화두 속에서 논란만 부풀린 채 또 다른 난관을 맞고 있는 상황이 됐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