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화려한 보석들에 둘러싸여 살아왔어요. 하지만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건 그런게 아니었어요.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 그것뿐이었어요.”
아름다움은 외로움의 또다른 표현일까.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세기의 최고 미인으로 꼽힐 정도로 수려한 용모를 갖췄지만, 평생 외로움과 싸우며 사랑을 갈구했다. 항상 화려한 옷과 보석이 손닿을 곳에 있었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여배우로 손꼽힌 그였지만 “성공은 탈취제와 같다. 과거의 모든 향기를 앗아가 버린다”는 쓸쓸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평생을 세기의 미녀로 칭송받은 그였지만, 수려한 외모만 믿는 마네킹이 되는 것을 견제하는 ‘의식있는’ 여배우였다. 테일러는 “당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웨이트리스가 될 뿐이죠. 당신은 절대로 존경받지 못할 거에요”라며 배우들에게 일갈하기도 했다.
숱한 남자들과의 스캔들, 그것도 가정이 있는 남자들과의 스캔들로 궁지에 몰릴 때에는 당당하게 비난의 시선과 맞섰다. “나는 많은 남편과 보석을 얻으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게도 삶은 그저 발생했다”며 초연한 대응을 했고, “당신이 스캔들에 휘말릴 때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죽기 1년 전까지 숱한 염문을 뿌렸던 그녀는 ‘불꽃같은 사랑’으로 유명했고 유독 사랑에 대한 말을 많이 남겼다. 리처드 버튼과 두 번 결혼 끝에 결별할 때에는 “너무나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가슴시린 말을 남겼다.
말년에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인류애로 승화시키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자이언트’에서 함께 출연한 동료 록 허드슨이 에이즈(AIDS)에 걸리자 1985년 에이즈 퇴치 운동을 시작했고, 공개석상에서 의도적으로 허드슨의 손을 잡아 에이즈에 대한 인식 전환에 혁명적인 역할을 했다. 1991년엔 에이즈 퇴치 운동 단체를 설립했고, 이런 공로로 1993년 오스카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