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의 채식주의 선언에 인터넷이 시끄럽다. 한우 홍보대사로 활약해온 이효리가 계약기간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채식주의를 선언해 한우 관련 단체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이효리는 최근 유기동물 보호 활동에 나서면서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꿨다고 알려졌다.
이 상황이 논란으로까지 이어지자 이효리 소속사는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우 홍보는 지난 연말로 계약이 끝났으니 문제될 게 없다”면서 “이효리가 고기를 절대 안 먹는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채식 위주로 먹겠다는 거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이효리로 인해 미디어의 더 큰 주목을 받은 면이 있지만 광고계에서는 의외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계약서에 모델계약기간이 끝나고 일정 기간 동안 경쟁제품 모델을 못하도록 하거나 광고를 했던 기존 제품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삽입하기도 한다.
이효리의 경우는 경쟁제품 모델을 한 것은 아님에도 자칫 자신이 홍보했던 한우 소비에 이미지 손상을 입힐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효리의 채식주의로의 전향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도의적으로 잘못이 조금도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필자가 광고대행사에 다니던 1980년대 사이다 광고 모델을 하던 한 연예인이 다른 종류의 청량음료 광고 모델로 나와 광고주가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 결국 다른 쪽 음료 회사와 계약을 취소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효리는 한우 홍보대사 계약기간이 종료됐고, 동물보호 활동으로 인해 채식주의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개인적으로 채식 위주로 먹으면 된다. 어떤 루트를 통하건 이 사실이 알려지게 한 건 문제다. 한우 관련 단체가 이효리의 변절(?)을 알게 했다는 것이 이효리의 실수다. 소고기를 안먹는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동물 보호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효리는 지난해 7월 3억3000만원의 비싼 모델료를 받고 6개월간 ‘한우 홍보대사’로 활동했다면 한우 홍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한우데이 행사때 ‘한우 많이 드세요’라고 대중에게 알린 사람이 이효리였기 때문이다.
박민영 이민정 한예슬이 소주광고 모델이 끝나고 술을 끊었다고 하자.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 하지만 건강 등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면 소주를 끊었다고 공개할 일이 아니다. 밝히다가는 소주회사에 본의 아닌 손실이 올 수 있다.
광고모델은 의외로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영상매체 CF 촬영시간이라야 국내의 경우 하루나 이틀만 투자하면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광고모델료가 그저 굴러들어오는 게 아니다. A사 제품 광고모델이 B사, C사 제품을 쓰지 않는 건 기본이다. 특정 제품 광고 모델을 시작하면서 집안에서 사용하던 제품들을 모두 그 회사의 것으로 바꿨다는 연예인도 있다.
조형기는 방송에 나와 라면광고 계약기간이 끝난 후 다른 라면 회사로부터 광고 섭외가 들어왔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다른 회사와 새로 계약해도 법적으로야 문제가 될 건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상도덕이다. 조형기가 A사 라면을 먹건 B사 라면을 먹건 라면 소비행태에 큰 변화를 미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싼 모델로를 받고 광고를 한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도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감안하는 게 옳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지적이었지만 이효리의 머리 색깔이 노랗다는 이유로 한우 홍보대사 자격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정도였다. 결국 스타가 광고모델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효리가 육식을 하건 채식을 하건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