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도 투명성의 시대다. 연예계도 정보와 지식의 유통소비구조가 비밀을 유지하게 못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확대로 엔테테인먼트 소식은 전파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폭로적이고 선정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의 빠른 소비구조는 방송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특히 고역이다. 녹화 방송의 경우 항상 각종 스포일러 유출에 시달린다.
스토리가 위주가 된 방송콘텐츠의 결론을 미리 알고 본다면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꼴찌를 한 가수를 탈락시키는 ‘나는 가수다’는 방송되기 전부터 미션곡이 무엇이며 탈락자가 누구인지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제작진은 이를 부인했지만 결과는 똑같이 나왔다.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 김태원이 선택한 멘티 4인 중 생방송 무대에 진출할 2인을 가려내는 ‘멘토스쿨’은 3~4주 정도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한번에 모두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김태원이 양정모와 손진영 등 탈락된 두 멘티를 위해 부활 콘서트의 앵콜 무대에 함께 서 ‘마지막 콘서트’를 불러 당시 관객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안이 유지되기 힘들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많은 미국 방송제작자는 아예 여러가지 스포일러를 흘려 결론을 헷갈리게 하면서 노이즈 마케팅 효과까지 얻기도 한다.
‘1박2일’에 새롭게 들어온 엄태웅의 첫 촬영 모습은 강원도를 가다 녹화 장면을 본 한 시민이 이를 찍어 인터넷에 올려 알려지게 됐다.
연예인의 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연예계 X파일’도 루머로 떠돌아 다니지만 맞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장 목격자나 스타 주변 인물들이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글을 올린 게 인터넷상에서 전파되기 때문이다.
음악이 나오자마자 표절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원본에 해당하는 노래와 표절이 의심되는 노래를 함께 올려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가수들이 신보를 내면 인터넷에는 어김없이 ‘MR 제거’ 동영상이 올라와 가창력을 테스트받는다.
비밀을 유지하게 힘들게 된 연예계는 정보를 숨기기보다는 가능한 한 솔직하게 밝혀 동의를 구하는 게 훨씬 낫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