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명현 수석부회장을 회장직무대행으로 뽑았던 24일 긴급이사회의 결정을 정족수 부족으로 하루만에 원인무효로 돌리고, 회장선출을 예고없이 처리하는 등 매끄럽지 않은 모양새가 이어져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25일 강남구 섬유회관에서 대의원 정기총회와 임시총회를 잇따라 열어 구옥희(55) 부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또 강춘자(55)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뽑았다.
구 신임 회장은 국내 투어에서 20승, 일본(JLPGA) 투어에서 23승 등 국내외에서 44승을 올린 한국여자골프 스타출신이다. 여성회장은 초대와 3대 회장을 역임한 김성희 회장에 이어 두번째. 강 신임 수석부회장도 국내 투어에서 10승을 올린 선수 출신이다.
구 회장은 “그동안 협회에 소란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소통하면서 협회를 잘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정기총회는 전날 진행된 회장 직무대행 선출 사실을 보고하고 올해 예산안을 승인하는 자리였으나, 갑자기 자리를 옮겨 임시총회를 열고 회장 선출 안건이 예고 없이 상정돼 처리돼 일부 대의원들과 취재진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소영 협회 이사는 “어제 회장 직무대행 체제를 출범시킨 긴급이사회의 의결은 정족수(20명중 과반수가 참석해야하는데 10명만 참석)를 채우지 못해 효력이 없다”며 “한명현 구옥희 강춘자 부회장의 사표를 받은 뒤 새 회장을 선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총회를 소집할 때는 7일 전에 상정 안건을 대의원들에게 통보해야 하고 그 안건에 대해서만 논의하도록 돼 있다. 회장선출건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협회 일부 이사들은 긴급한 경우에 적용하는 예외 조항을 들어 회장 선출을 강행했다. 김 이사는 “새 회장 선출 문제는 이미 대의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관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협회 이사들과의 갈등으로 선종구 전 회장이 사퇴한 상황에서 동반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부회장들이 새 회장과 수석부회장에 선출돼 논란이 예상된다. 외부 영입 회장을 내보내고 선수출신 임원들이 힘겨루기를 펼쳤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 KLPGA 회원은 “회장 선출은 많은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순리대로 진행돼야 하는데, 일부 회원들이 긴급한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이렇게 회장을 뽑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KLPGA는 중계권 협상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내달 8일 열릴 예정이었던 개막전 하이마트 여자오픈 개최가 사실상 물 건너간 가운데 석연찮은 회장선출까지 겹쳐 당분간 심각한 내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사진=25일 총회에서 한명현 수석부회장(왼쪽)과 구옥희 신임 회장이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대의원들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