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단을 앞둔 27일 ‘나는 가수다’에는 2주 방송분이 한번에 전파를 탄다. 김영희 PD가 연출한 마지막 2회분이다. 모든 포맷이 뒤바뀌기 이전의 이 마지막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에 뒤섞인 감정들 역시 각양각색이다.
‘결국 이렇게’라는 씁쓸함, 탈락과 재도전, 사퇴로 이어진 김건모라는 가수의 마지막 무대에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 또 한 번 결정될 두 번째 탈락자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도 있다.
▶ ‘나는 가수다’ 잡음의 이동...기획의도에서 조작설로=지난 3주간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파급력은 컸다. 애초의 기획부터 그러했다. 직업이 가수인 프로 선수들을 그들의 주무기인 노래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탈락시킨다는 프로그램의 방식은 다소 기상천외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된 관심은 당연했다.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서 잔인한 호기심과 더불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헛웃음을 짓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는 문화평론가 진중권이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가수다’는) 프로그램 자체가 미스 콘셉트라고 봐요. 가창력으로 신인가수 뽑는 것도 아니고, 이미 자기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 데려다 놓고 누굴 떨어뜨린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죠”라고 이야기했던 것과 같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탈락자는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의 의도대로 가자면 한 가수다 떨어지면 그 자리는 다른 가수가 메워야 했다. “과연 누가 이 가수들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볼멘 소리들이 새어나왔다.
결국 녹화 3회차, 방영 1회만에 ‘나는 가수다’는 탈락자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 SNS를 타고 전해진 녹화 후기를 통해 수많은 스포일러가 새어나왔다. 이 과정에서 탈락자 조작설이 불거졌다.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논란과 갖은 설들은 마치 음모론처럼 보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대한 찬반 양론이 조작설로 옮겨가자 잡음은 거세졌다. 조작설은 문자 그대로 ‘설’이었다. 김영희 PD 역시 “대꾸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녹화분이 방영되면 알게 될 일이었다.
▶ ’나는 가수다’ 잡음의 이동...재도전 논란에서 PD교체로=2회차 녹화분이 방영이 되자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대단한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의 놀라운 실력이었다. 이들의 노래는 각종 음원사이트의 상위권에 랭크되면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노래가 전하는 감동에 시청자들의 마음도 움직이는 듯 했다. 이 때까지 뾰족한 송곳은 어딘가 깊숙히 숨겨두었다.
방영 3회차, 문제는 커졌다. 국민가수 김건모의 탈락이 결정됐다.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진 것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수들의 표정과 이소라의 눈물이었다. MC인 이소라가 눈물을 흘리며 녹화 중단을 요청하고, 김제동이 재도전을 제안했다. 제작진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으며 김건모는 고심 끝에 재도전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지난 20일의 일이었다.
이날부터 인터넷은 ‘나는 가수다’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서 벗어났다며 ‘우롱했다’는 표현을 썼다. 방송을 지켜보던 다른 유명인들도 저마다 자신들의 생각을 이어갔다. 논란은 너무나 커지고 있었다.
이 와중에 김건모의 재도전을 두고 온갖 패러디물이 양산됐다. ‘나는 가수다’의 진정성을 조롱하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나는 선배다’ ‘리바이벌 나는 가수다’ 등 끝이 없었다.
김건모의 재도전은 21일 녹화를 통해 마무리됐다. 가수로서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였으며,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올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녹화 이후에 다시 ‘스포일러’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건모의 자진 사퇴설이 쏟아졌고, 두 번째 탈락자에 대한 말들이 쏟아졌다. 며칠 사이 ‘나는 가수다’에 쏟아지는 화살들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이 곳 저 곳을 향하다 맥락없는 비난이 되기도 했다. 결국 MBC는 김영희 PD의 교체라는 초강수로 논란을 마무리하기에 이르렀다. 재도전 논란이 후 나흘만의 일이었다.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가수들은 혼란에 빠졌다. 김영희 PD라는 연출자 하나를 믿고 따라온 출연자들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김건모의 재도전을 두고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했던 누리꾼들은 이내 김영희 PD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자며 청원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나는 가수다’의 첫 번째 탈락자는 김영희 PD라는 ‘잔인한’ 코멘트까지 떠다녔다.
이에 딴지일보 김어준은 “제작진이 거절을 했다면 김건모는 쿨하고, 김제동은 착하고, 이소라는 섬세하고, 제작진은 단호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또 프로그램은 김건모조차 떨어뜨리는 최고의 권위를 확보하는 세계 최고의 방송이 될 수 있었다. (재도전 때문에) 김건모는 찌질이, 김제동은 오지랖, 이소라는 땡깡부리는 것처럼 비춰졌다. 1등의 의미는 없어지고, 평가단은 바보가 되고, 프로그램은 난리가 나고, 시청자는 화가 났다”면서 “책임감 때문에 김영희 PD가 사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를 MBC가 냉큼 짤랐다. MBC 나쁘다”고 명쾌한 일침을 가했다.
김영희 PD의 복귀에 대한 요청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건모는 뒤늦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24일 프로그램의 새로운 사령탑은 ‘세시봉 친구들’로 방송가에 아놀로그 열풍을 가져온 신정수PD로 결정됐다. PD교체에 앞서 이제 ‘나는 가수다’는 4월 한 달간 결방을 결정한다. 5월초 방송포맷을 바꾸며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기 위한 다급한 선택이었다.
이제 27일 기존 멤버들의 마지막 방송이 전파를 탄다. 사퇴를 결정한 김건모의 마지막 무대이고, 김영희 PD의 마지막 연출분이다. 또 한 명의 탈락자가 나오는 방송분이다. 새로운 PD와 만나 꾸려나가게 될 새로운 ’나는 가수다’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이제 한 달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지금 ’나는 가수다’를 향해있는 것은 이 짧은 기간에 이 많은 일들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와 제작진, 출연가수 모두를 ’들었다놨다’하며 큰 얼룩을 남긴 ’나는 가수다’에 대한 복잡한 심경들이 이 마지막 방송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