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된 ‘욕망의 불꽃’ 마지막회. 영민(조민기)이 유언장에 적힌 자신의 이름 대신 형 영준(조성하)의 이름을 부르고 불태우는 것으로 반전은 끝나지 않았다. 의식을 잃었다 다시 일어나 앉은 김태진 회장(이순재)는 아내를 통해 전화로 영민에게 회장을 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나영(신은경)은 미처 그 얘긴 듣지 못한 채 한 걸음에 달려와 ‘유언장의 이름’을 재차 묻는다. 김 회장은 “기억이 안 난데이”라고 희미한 미소를 띈다. 그제서야 나영은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마주본다.
결국 자신의 남편이 대서양그룹 회장 자리에 앉게 됐으니 나영에겐 행복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과 권력 대신 사랑을 택한 영민과 유언장 발표를 보고 마음이 놓였다는 민재(유승호), 3년만 기다리면 되냐고 미국으로 떠난 인기(서우) 등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겐 어쩌면 슬픈 결말이다.
욕망의 그물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 나영의 모습은 친구의 특허권을 사기 위해 사랑을 팔아버린 김태진 회장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영민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혼자서도 잘 살 것”이라며 세번이나 딸을 버리는 나영은 김태진 회장과 닮았다. “어린 시절 (김태진 회장이)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절규하는 신은경은 결국 복수와 선망이 혼재된 욕망의 측면에서 김태진 회장의 닮음꼴이다.
‘욕망’은 ‘지나친 바람’이다. 자신의 능력을 넘는 욕심은 법이나 도덕의 기준마저 무시하게 만든다. 드라마 속에서 펼쳐진 살인과 강간, 불륜과 패륜은 그런 욕망이 가져온 결과임을 보여준다. 결국 작가는 ‘욕망의 불꽃’ 결말을 통해 결국엔 사그라드는 불꽃이 아니라 대를 이어 생명력을 갖는 불꽃을 보여줬다.
돈과 권력을 향한 자신의 욕망을 이루는 것이 행복일까, 사랑을 지키고 가족을 위해 마음을 비우는 것이 행복일까. 해피앤딩이냐 새드앤딩이냐의 판단은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몫이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h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