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극 ‘로열패밀리’에서 천사와 악마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야누스 연기로 호평받고 있는 염정아는 1990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22년차 배우다. 평범한 연기자에 불과했던 그가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는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2003년작 명품 호러 ‘장화, 홍련’과 2004년작 사기극 ‘범죄의 재구성’에 출연해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굳히면서다. 요부, 악녀의 이미지는 암고양이 같은 염정아의 마른 외모와 잘 어울렸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박신양과 백윤식,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구로동 샤론스톤’으로 나왔다. 좀 더 악마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그 정도면 팜므파탈이라 부를 만했다. 결국 박신양을 선택하지만 그를 사랑할 것 같지 않은 염정아는 악녀 역할로도 주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7년을 건너뛴 ‘로열패밀리’에서는 또 한 번의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착한 여자와 악녀 사이를 오가며 어떻게 변할지도 의문이다.
JK그룹 둘째 며느리 김인숙을 연기하는 염정아는 초반 불안하고 궁상맞은 표정부터 의기양양한 야심가까지 다양한 표정을 연기한다. 시어머니로부터 사람 취급을 못받고 투명인간 ‘K’로 불리고 “저거 치워”라는 소리까지 듣다가 그 집 가족으로 인정받기까지 보여주는 염정아의 모습은 물흐르 듯 흘러간다.
18년간 JK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따돌림당하며 남편마저 헬기 사고로 잃고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염정아는 정가원의 시집식구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았다. 오랜 순간 철저하게 준비해온 그의 싸늘한 복수과정은 보는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현대판 ‘철의 여인’이 이런 것일까.
하지만 곰인형을 들고 있는 정체불명의 한 외국인 청년이 김마리라는 사람을 찾아오면서 염정아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는 과연 어떤 악인으로 변모해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염정아가 JK클럽 사장 취임식에 늦게 도착해 그 시간에 뭔가 큰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의 정체에 대해 더욱 의구심을 갖게 됐다. 또 염정아가 악인이 됐을 때 냉정한 사업가인 시어머니 공순호(김영애) 여사와 ‘맞장’을 뜨게 될텐데, 그 순간도 스릴을 더할 전망이다.
염정아는 2004년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야누스형 팜므파탈을 연기함으로써 2단계 콤보 변신을 훌륭하게 이뤄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