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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한때 CF낙방, 뮤지컬 하차…배우 그만둘까 고민도”
배우 김동욱(28)은 최근 잇따른 한국영화 출연작에서 밝고 경쾌하며 활달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줬다. 준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우리 이웃의 청년’같은 친근함으로 팬층을 넓혀가며 방송과 영화계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TV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영화 ‘국가대표’가 신호탄이었다. 영화로는 ‘반가운 살인자’에 이어 ‘로맨틱 헤븐’에서 주연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24일 개봉한 장진 감독의 ‘로맨틱 헤븐’에서 김동욱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택시기사역으로 등장한다. 삶과 죽음, 사후세계에 대한 의미를 따뜻한 웃음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김동욱은 사고로 천국에 가게 되고,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던 할아버지가 평생을 그리워한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한국전쟁 당시 이룰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첫사랑, 가슴아픈 순애보를 이뤄주려 다시 이승으로 내려오는 인물로, 영화의 줄기를 이끌어나간다.

“장진 감독님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서 시나리오 내용도 보지 않고 마음의 결정을 하고 만남을 가졌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장진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주위에서도 장진 감독하고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씀들을 많이 해 주셨죠.”

관객 800만명을 돌파한 ‘국가대표’는 영화와 흥행의 위력을 깨닫게 한 작품이다. 김동욱이라는 배우가 비로소 영화관객들의 눈에 들어온 계기가 됐다. 이후 씩씩하고 외향적인 인물을 주로 연기했지만, 사실 김동욱은 지난 2004년 데뷔작인 ‘발레교습소’에서 이른바 ‘1진’ 출신인 소년가장 역할을 비롯해 몇 작품에서 어둡고 상처입은 인물을 맡았었다.

“발레교습소’는 오디션에 합격하게 됐죠.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다니고 있었을 때고 소속사도 없었어요. 데뷔작이라는 개념도 없고, 영화ㆍ드라마 활동 계획 같은 것도 생각 못하고 있었을 때죠. 영상원에서 단편영화를 같이 했던 선배가 오디션 있다고 한번 보라고 해서 아무생각없이 봤는데 합격 됐어요. 스타(윤계상, 김민정 등)들이 출연하는 영화에 비중도 큰 조연이었죠. 그래도 당시에는 좋은 건지도 몰랐어요. 변영주 감독님이 후일 ‘보는 순간 캐스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감독님과 영화사 대표님이 저를 출연시키는 것을 두고 논쟁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

김동욱은 고3시절 대학진로를 고민하면서 “공부는 적성에 안 맞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운동 좋아하는 차에 체대를 갈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연기에 매력을 느껴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지망하게 됐다. 몇 개월 연기학원 들어가 공부한 끝에 합격했지만 연기가 쉽지는 않았다. 



“연기에 대해 아무런 준비나 정보없이 시작해서 입학하면서부터 힘들었어요. 오랫동안 준비한 친구들과도 달랐고, 학사일정도 너무 빡빡해 버거웠죠. 수능 다시 보고 다른 데 가라는 말씀도 많이 듣고요. ‘기흉’을 앓아 건강도 안 좋아지고 포기할까 심각하게 갈등했어요.”

그래도 ‘졸업장은 받아야 된다’는 생각에 버텼고, ‘발레교습소’ 출연 이후에는 본격적인 배우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CF에서도 촬영하다가 잘리고, 캐스팅된 영화도 두 세달 새에 서너편이나 엎어지고(무산되고), 준비하던 뮤지컬 공연은 갑작스런 부상으로 못하게 되고…. 집안까지 기울면서 연기를 그만둘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죠.”

그 어려운 시기에 촬영까지 하고 현장에서 “이제 나올필요 없습니다, 밥이나 먹고 가시죠”라며 내쫓기듯 관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멧돌춤’으로 뮤명했던 CF다. CF모델 2명을 뽑아 각각 촬영한 후 비교해서 더 나은 쪽을 선택하는 과정이었는데, 김동욱이 실패한 쪽이었다.

그래도 연기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부모님의 응원 속에 “독하게 마음먹고” 시도한 끝에 영화 ‘동거, 동락’이나 케이블에서 제작한 영화 등을 거쳐 ‘커피프린스 1호점’과 ‘국가대표’로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기경력과 훈련과정에도 김동욱은 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매끄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백지상태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가르침을 받은대로 연습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도 같이 작업했던 이들도 또 같이 하고 싶다, 또 보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를 맺음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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