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커피’로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장기하의 뒤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화제를 뿌린 미미시스터즈.(이하 미미- 큰 미미, 작은 미미). 복고와 엽기 코믹 댄스의 바람을 몰고온 미미가 장기하와 ‘합의 이혼’을 통해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신비로운 두 여인. 무표정한 얼굴로 흐느적 춤을 춰대는 생경한 댄스의 세계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들이 가수로 데뷔, 베일에 싸인 목소리를 공개했다.
데뷔 앨범 ‘미안하지만…이건 전설이 될거야’다. 50~70년대를 풍미한 다양한 시스터즈 선배(펄시스터즈, 바니걸스, 숙자매 등)들을 향한 오마주를 담았다. 김창완, 크라잉 넛, 서울전자음악단 등의 도움을 얻었다. 특히 바니걸스가 부른 ‘우주여행’을 미미의 ‘다이너마이트 소녀’로 리메이크, 60년대를 풍미한 사이키델릭한 록 사운드를 불러왔다.
인터뷰는 지난 24일 서울 서교동 붕가붕가레코드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미미의 민낯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새빨간 립스틱과 얼굴 절반은 뒤덮은 잠자리 선글라스가 자리를 대신했다. 다만 처음으로 그들의 육성이 공개됐다.
▶선글라스는 안 벗을건가. 여기 실내인데.(참고로 인터뷰 장소는 미미의 소속사인 붕가붕가레코드 사무실)
“절대 안된다. 미미의 마지막 자신감이다.”(작은 미미)
“선글라스를 벗으면 알몸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은 원래 모습을 궁금해 하지만, 사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이다. 알고보면 되려 매력이 떨어질 것 같아 쭉 모르는 편이...”(큰 미미)
▶미미에게 선글라스와 빨간 립스틱은 어떤 의미인가.
“변신 도구다. 민낯과 미미. 두 얼굴로 사는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선글라스와 립스틱만 두껍게 칠하면 클라크가 슈퍼맨이 되듯 특별한 힘이 생기는 거다.”(큰 미미)
“선글라스 뒤 진짜 눈빛을 보려는 관객들, 그들이 답답해하는 것 같지만 사실 미미의 몸짓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된다. 차단막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통이 더 잘 이뤄지는 매개다.”(작은 미미)
▶음반을 내고 목소리를 공개했으니, 이제 신비주의를 깨고 세상 속으로 들어온 건가.
“아니다. 신비주의는 영원하다. 노래는 부르지만 말은 하지 않는다. 방송인터뷰? 아직 한 적 없고. 이건 지면 인터뷰니까 하는 거다.”(큰 미미)
▶이제 그럼 미미의 정체성은 가수인가.
“우리는 가수다.”(작은 미미)
“앨범을 돈을 받고 파는 사람이 됐으니까.”(큰 미미)
▶장기하와 완전히 갈라선 건가.
“당분간 같이 할 계획은 없다. 각자 음악의 길을 찾기 위해 헤어진 것이다.” (큰 미미)
“절대 싸운거 아니다. 며칠전에 술도 먹었다. 이젠 좋은 친구로..”(작은 미미)
▶데뷔 앨범 ‘미안하지만…이건 전설이 될거야’의 콘셉트는.
“미미의 시스터즈를 보여주자. 50년~70년대 시스터즈 선배들(펄시스터즈, 바니걸스, 숙자매 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내려했다. 물론 과거 선배들과 미미는 다르다. 단순히 복고가 아닌 그 시대의 낭만과 유머를 전염시키고 싶었다”(큰 미미)
“바니걸즈의 ‘우주 여행’ 같은 곡을 리메이크했다.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미미 버전도 나름 재미있을거다. ”(작은 미미)
▶이런 것도 음악이냐. 초딩 같다. 아마추어 같다는 반응도 있다. 상처는 안받나.
“기대했던 반응이다. 가창력, 테크닉은 기대할 수 없지만 우리도 할 수 있는 음악이 있다. 오히려 시대를 거스르는 팀이 한 팀은 있어야 숨 쉴 구멍이 있지. 적당히 풀어진 ‘저렴한 신비주의’. 오히려 즐기는 것 자체가 오래 음악할 수 있는 힘 아닌가.”(큰 미미)
▶마케팅도 남다르다.
“발매일에 맞춰 팬들에게 직접 CD를 배달했다. 서울 목동, 경기 안산 등지로 찾아갔는데 팬들이 ‘일상속의 활력’이라며 정말 좋아하시더라. 다음엔 부산, 제주도 등 지방 순회을 하고 싶다.”(큰 미미)
▶미안하지만…미미를 걸그룹과 비교한다면.
“걸그룹으로 봐주시면 감사하다. 카라나 2NE1의 아성에 맞서겠다, 이런 생각 전혀 없고. 그분들이 우리를 알기나 할까?”(작은 미미)
“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면 예선탈락할 실력이라. 미미는 테크닉으로 승부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록스피릿(록정신)이 있으니까. 만일 카라를 좋아하면서도 저희를 좋아한다면? 우리나라가 좀 재밌어지지 않을까?”(큰 미미)
▶마지막으로, 미미의 뜻이 뭔가.
“어떤 분은 아름다울 ‘미(美)’ 미스터리의 ‘미’라고 하고, 미친 미녀들이라고도 하고. 다양한 해석이 있더라. 신경 안쓴다. 그냥 알아서들. ”(작은 미미)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