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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영화의 힘!
각박한 세상에…희망의 단비로
‘바보야’ ‘법정스님의 의자’ 등 잇따라 개봉

다큐형식의 헌신적 삶·무소유 잔잔한 울림

메마른 현대인들에 소중한 위안 선사




위안과 치유의 세계로 마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부활절 주간과 석가탄신일이 이어지는 4월과 5월, 종교영화가 관객들을 찾는다. 끔찍한 사건 사고와 삶을 위협하는 재앙이 모든 이를 더욱 지치고 힘들게 하는 요즘, 헌신과 봉사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등불이 됐던 종교인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른다. 종교와 구원의 의미를 담은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특별전도 있다.

특히 최근 2~3년간 국내 극장가에선 종교영화가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위로와 희망에 목말랐다는 증거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의 삶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고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불의에 저항하고 소외된 자와 약자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두 어른의 궤적을 좇으며 우리 사회에 남긴 의미를 조명하는 작품들이다.

지난 2009년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삶은 오는 21일 개봉하는 ‘바보야’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1922년 대구에서 순교자의 집안 막내아들로 태어난 청년이 사제의 길을 선택하고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국내 최초의 추기경이 된 후 세상과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까지 고인의 삶을 좇은 작품이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불의에 저항하고 거짓된 시대에 올곧은 소리와 실천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가난한 자, 버림받은 자, 핍박받는 자들을 위해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었던 생전 김 추기경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08년 김 추기경의 출신학교인 동성중고교 개교 100주년전에 출품했던 자화상을 제목과 포스터로 삼아 더욱 뜻깊다. 동성고 후배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우 안성기가 직접 내레이션을 맡았다.

김 추기경이 선종한 이듬해 우리 사회는 또 한 분의 큰 스승을 잃었다. 법정스님이다. 오는 5월 12일 개봉하는 ‘법정스님의 의자’는 평생 불교의 진리와 무소유의 삶에 정진해온 법정스님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던 청년이 입산 출가를 결심하고 사찰의 나무를 하던 행자승으로부터 우리 불교계의 가장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까지의 궤적이 담겼다. 베스트셀러가 된 수필집 ‘무소유’의 가르침처럼 일생 버리고 버린 삶을 실천했으며 김수환 추기경처럼 불온한 시대와 맞섰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법정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개원법회에 참석했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법정스님은 명동성당에서 특별강론을 하는 등 두 종교인은 종교의 벽조차 뛰어넘었다. 4월과 5월 개봉하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더욱 특별한 이유다. 

4·5월 이 시대 희망이자 등불이 됐던 종교인들의 삶의 궤적을 다룬 종교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사진은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 히말라야 선교사를 다룬 ‘소명’, 법정스님의 ‘법정스님의 의자’와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야’. (시계방향)

▶‘울지마, 톤즈’가 이끈 종교영화의 힘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봉사와 헌신의 삶을 살다가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고 이태석 신부의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는 지난해 9월 개봉해 40만명을 돌파하며 종교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종교영화로는 한국인 감독이 이스라엘로 직접 찾아가 현지의 유대교와 기독교 종파 간의 갈등을 다룬 ‘회복’이 지난해 1월 개봉해 16만명 이상의 관객을 이끌어 역시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기도와 송가, 바람 소리 외에는 대사 한마디 등장하지 않고 산속 수도원의 일상을 그린 독일의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 역시 지난 2009년 개봉해 10만명을 동원했다.

이 중에서도 기독교영화인 ‘소명’ 시리즈도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 유역 부족과 함께 생활한 선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소명’은 지난 2009년 4월에 개봉해 10만명을 끌어모았고, 축구 선교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명2-모겐족의 월드컵’도 지난해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어 오는 7일엔 ‘소명3-히말라야의 슈바이처’가 선을 보인다. 히말라야 오지에서 의료봉사 선교활동을 하는 강원희 씨 부부의 삶을 담았다.

서울 낙원동 소재의 실버영화관인 허리우드극장에선 김수환 추기경의 다큐 ‘바보야’와 함께 4월 한 달 내내 성서 속 이야기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고전영화 ‘삼손과 데릴라’(1949년)와 ‘십계’(1956), 스페인 영화 ‘기적’을 상영한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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