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31일 MBC ‘100분 토론’의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편에 출연한 김태원은 논점을 파악하지 못했고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진행자의 질문과는 다른 대답을 늘어놨다. 그렇다 보니 논쟁이 되기 어려웠고 토론이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지 못한 채 산만하게 흩어져버렸다. 김태원은 가끔 실수도 하면서 인간적이고 훈훈한 분위기를 이끌어 토론 버라이어티의 성격을 강화해주는데 그쳤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그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연예인이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이상할 건 없다. 지난 24일에도 배우 김여진이 ‘100분 토론’에 나와 주제에 맞는 토론을 벌이고 자신의 견해를 또렷하게 밝혀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예인이 토론 프로그램에 나올 때는 연예인 자격이 아닌, 해당 주제에 맞는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토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고, 프로그램 제작자는 연예인을 출연시켜 주목도를 높이려고 했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김태원은 “요즘 젊은이들의 연예계 쏠림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완전히 엉뚱한 대답을 했으며 심지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1등 하려는 자를 뽑아서는 안된다. 나는 음악을 하려는 자를 뽑는다”는 소신 정도를 알 수 있었다.
김태원이 “아, 까먹었네요”라며 말한 걸 탓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시사토론에서 100분간 토론의 맥을 짚고 적절하게 자신의 견해를 개진하는 데는 미흡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과 멘토를 맡았던 김태원과 박칼린은 실제 현장에서 접했던 경험담이나 문제점을 사전에 인터뷰해 토론 사이사이에 보여주는 정도의 활용도로 그쳤으면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중 1~2명이 나와서 제작자의 입장과 앞으로의 방향 정도는 들을 수 있어야 했다. 제작진이 빠져있어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검투사를 올려놓고 싸우게 하는 꼴“이라는 신해철과 “도전보다 경쟁, 등수로 줄세우는 게 문제”라고 말한 탁현민 교수의 비판을 받아 이를 반박하거나 아니면 그 비판을 프로그램에 수용했으면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공허함을 눈치챘는지 진행자가 “MBC가 참고하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사람이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제작과는 관계없는 기자라는 점을 대부분 알고 있다.
이번 토론의 대체적인 결론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끼와 재능,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기회가 주어져 도전할 수 있고 이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승자 독식의 경쟁구도는 지나치게 경쟁 심리를 부추긴다는 부정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는 이미 나온 이야기지만 성과가 전혀 없다고도 볼 수 없다.
지금은 담당PD가 교체된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오디션 열풍과 논란에 이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나온 노래의 음원공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100분토론’에서는 이에 대해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