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요즘 방송계에 코멘테이터(Commentator: 해설자 또는 논평자)라는 직종이 서서히 시청자에게 부각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케이블 채널 tvN의 인기 토크쇼 ‘시사랭크쇼 열광’과 KBS ‘명작스캔들’에 나오는 게스트들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KBS ‘일요일밤속으로’도 이들 프로그램과 비슷한 지향점을 가졌었다.
두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문화심리학자답게 문화ㆍ예술ㆍ여가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풀어놓으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그는 “신지식을 엔터테인먼트화해서 전달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우리의 시사 프로그램은 대체적으로 무겁다. 토론 프로그램은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해 논쟁을 유도한다. 또 토크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털어놓아 웃음을 만들고 자극적인 상황을 유도해 듣고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열광’ 출연자들은 일본 지진이나 지나친 육류 소비, 비싼 대학등록금 등 시사를 논하면서도 무거움에 빠지지 않고 재미있고 쉽게 접근한다. 토론 프로그램처럼 자신의 입장을 날 세워 주장하며 반대편 입장과 부딪히게 해 팽팽함을 시청 포인트로 만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툭툭 던지지만 남에게 강요하지도 않으며, 따라서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 딱딱해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 ‘열광’이다.
‘명작스캔들’도 명작을 유쾌한 수다로 풀어내 예술의 대중화에 일조한다. 공동MC인 조영남과 김정운 교수, 분야별 보조진행자 4명은 모두 코멘테이터다. 두 MC가 명작에 대해 뜬금없는 이야기를 던지면 지식과 끼를 지닌 보조진행자들은 그 이야기가 의미 없거나 방만하게 퍼지지 않도록 정리해준다. 그래서 문화의 근엄함과 무거움을 과감히 벗어던지며 경쾌하고 발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문화예술 토크 버라이어티가 된다.
접근하는 방식도 멘델스존의 음악은 누나가 대필해주었다는 등 사소한 내용에서 출발한다. 그만큼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신승식 PD는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 출연해 “우리는 미술ㆍ음악 등 명작을 시험을 통해 배웠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재미있게 보고 쉽게 해석할 수 있는 게 명작 아닌가”라고 말한다.
‘명작스캔들’에 나오는 코멘테이터들은 예술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주관적 느낌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예술감상법임을 가르쳐준다. 전문가들이 자기들만 아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바야흐로 지식과 유희를 겸한 코멘테이터들의 시대가 오는 듯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