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가에서 떠도는 말이다. 예전에는 화면의 빈틈을 메워주는 보조(카메라)의 기능을 담당했던 VJ들이 이제 방송의 ‘숨은 재미’를 담당하는 주축이 됐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출연 연예인들의 가식을 덜어낸 진짜 모습, 살아 있는 구석구석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포맷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VJ들이 단순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왔다. 방송을 통해 얼굴이 공개되기도 하고 그들의 말, 숨소리 하나하나 고스란히 전해진다. 때론 VJ들이 연예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이들을 돕거나 때론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 적극적인 방송 참여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각각 멤버들의 캐릭터가 중요한 만큼, 멤버별 전담 VJ도 있다. ‘강호동 VJ’ ‘유재석 VJ’ ‘박명수 VJ’ 등 별칭도 따라붙고, 이들은 항상 특정 연예인과 짝을 이뤄 다닌다.
그중 ‘런닝맨’은 VJ들에겐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뒤에서 화면만 찍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과 대화하고 기지를 발휘하는 게임의 참여자이자 관찰자다. 이들은 연예인들을 화면에 담기 위해 계속 뛰면서 촬영하는 숨은 ‘런닝맨’이다. 총 10명으로 구성된 VJ들의 각각 역할 분담도 확실하다. 게임에서 가장 빨리 탈락하는 지석진은 최고 연장자 VJ가 맡고, 김종국과 같은 ‘에이스’는 젊고 체력 좋은 VJ가 전담한다. 그 외 가장 체력이 약한 VJ는 상대적으로 뛰는양이 적은 여자 게스트만 담당한다.
유재석 전담 VJ로 유명세를 탄 류권렬 씨는 방송 초반엔 하하 VJ였는데, 게임 중 뛰다가 하하를 놓치고 유재석을 따라가는 바람에 ‘유재석 VJ’가 됐다.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 VJ지만,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던 기구한 사연도 있다. 달리기에 능한 ‘유르스 윌리스(유재석)’를 따라잡지 못해 유재석으로부터 잔소리를 듣다, 결국 8Kg의 체중 감량을 감행했다.
류 VJ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포맷에) 적응이 됐지만, 처음에는 달리기가 너무 빠른 재석 형을 따라잡느라 힘들었다. 숨어 있을 때는 내가 덩치가 커서 걸리기 십상이었다. 나 때문에 재석 형이 걸리니까 자책도 되고 스트레스 받았다”며 “이젠 방송을 위해 피트니스 센터를 끊고 체력 단련을 하고 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1박2일’도 마찬가지다. 은지원이 외딴 섬에 2박3일 머물러 있을 때 외로움을 달래준 것도 VJ였고, 얼마 전 신입 엄태웅의 낙오 미션에 유일한 동행자도 VJ였다. 주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관찰자이면서도 위기의 상황엔 출연자와 소통하는 이들은 ‘같은 배를 탄 동지’다. 때로 VJ의 거친 숨소리, 따스한 말 한마디 등 보이지 않는 소통이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든다.
따라서 VJ의 성격에 따라 화면도 달리 나온다. 연예인과 교감을 많이 나누는 이들의 화면은 보다 알차고 다채롭다. 예능에 주로 배치되는 VJ는 대다수 말수가 많고 적극적이며 감정 표현에 능한 이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류근렬 VJ는 “연예인과 교감을 많이 하려 노력한다. 그들이 뭘 하든 찍기만 하면 재미없을 텐데, 재미있으면 크게 웃고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고. 적극적인 리액션을 하는 편이라 방송 노출도 잦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설명=SBS ‘런닝맨’ 제작에 참여하는 VJ들. 현장에서 연예인들과 1:1로 호흡을 맞추는 이들은 말과 행동은 물론 미세한 표정 하나하나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