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바람에 꽃만 움을 틔우는 것이 아니다. TV 브라운관도 바야흐로 봄기운으로 물들고 있다. 4월 안방극장에는 지난겨울 맹활약하던 악녀들이 서서히 물러나고, 상큼발랄한 캔디걸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는 대표적인 봄맞이 드라마. 전작 ‘자이언트’에서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험난한 삶을 연기했던 황정음은 이번 작품에서 한층 가볍고, 발랄해졌다.
앞머리를 내린 뱅헤어로 분위기를 단장한 황정음은 극중 정신연령 7세의 ‘바보 아빠’를 키우며 살아가는 순수녀 봉우리 역을 맡았다.
사고로 진짜 가족을 잃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빠를 키우는 기구한 운명이지만, 특유의 씩씩함으로 앞날을 개척하는 캔디형 인물이다.
배우 이소연도 처음으로 캔디역에 도전한다. 실제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역을 주로 맡아온 이소연은 오는 30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주말극 ‘만나서 반가워’에서 고3 여고생 도미솔로 변신한다.
전작 ‘동이’에서 쪽 찐 머리에 강렬한 눈빛을 쏘아주던 이소연은 앞머리를 내리고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둘러맸다. 하지만 순간의 실수로 10대 임산부가 되는 그는 험난한 세상을 헤처나가는 리틀맘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6년 만에 국내 드라마에 출연하는 장나라도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깜찍발랄한 캔디로 돌아온다. 오는 5월 2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월화극 ‘동안미녀’에서 장나라는 절대 동안 외모를 지닌 노처녀 이소영으로 분한다.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집안 사정으로 꿈을 접고 섬유회사에 취직한 그는 숨겨둔 꿈을 향해 정진하는 인물이다.
캔디걸이 갑자기 쏟아지는 것은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가 지고, 아이유와 같은 ‘귀요미 스타’들이 뜨고 있는 트렌드와 맞물린다. 짙은 화장 대신, 교복과 앞머리, 투명 메이크업이 주는 깨끗한 이미지가 봄의 화사한 느낌과도 잘 어울린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