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송된 MBC스페셜 ‘태희의 재발견’편을 놓고 네티즌들이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태희편은 중학교 3년간 전교 1등을 했고, CF스타로 바쁘며, 연기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힘들었다는 내용 등을 담고있다. 연기에 회의가 들었다는 김태희의 인간적 고뇌에 대해서도 “그 정도로 고민 안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나”라는 반응이다.
‘태희의 재발견’ 제작진은 “톱스타이자 거의 공개되지 않은 김태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모습을 담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태희가 “남자들이 (나를) 가만 안놔뒀다”고 말하고, 동료 남자연기자들로부터 “촬영장에서 잘 자고 잘 먹는다”는 말을 끄집어내며, 조카들과 노는 모습과 몸매 만들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해도 충분한 내용들이었다. 굳이 새로운 걸 찾으라면 “공부하듯 연기한 게 패인이었다”는 김태희의 말 정도였다. 그것마저도 왜 김태희에게 연기 못하는 데 대해 장시간 변명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에서마저, 이 정도”라며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이제 톱스타 섭외로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그것이 예능이건, 드라마건, 다큐건 마찬가지다. 한때 ‘무한도전’과 ‘무릎팍도사’는 김태희, 장동건에게 게스트로 나와달라고 구애작전을 폈다. 공형진을 초대해놓고는 장동건에 대해 더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이후 김태희와 장동건은 ‘박중훈 쇼’에 나타났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톱스타에 대한 호기심만으로는 안통한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더구나 다큐멘터리라면 연예인을 출연시킬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춰야 한다. 타블로의 학력 논란이나 이순재의 54년 연기인생, 김명민의 최고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 등은 인물다큐라면 충분히 다룰 만한 주제들이었다. 관심의 중심에 있는 톱스타의 공개되지 않은 모습을 다큐멘터리에서 방송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숱한 방송 연예프로그램과 여성잡지에서 다루던 아이템이었다. 굳이 다큐에서 다루려면 톱스타의 인간적 고뇌가 대중의 공감 정도는 얻어야 하는데 MBC스페셜은 그 점에서 실패했다.
톱스타의 사적인 내용들이 인터넷에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시대에, MBC 스페셜 시청자의 이번 반응은 다큐멘터리가 스타를 바라보는 관점이 어찌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