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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그룹의 미래가 궁금하거든…씨스타 · LPG를 보라
걸그룹 전쟁이다. 팀은 많고 경쟁 환경은 점점 힘들어진다. 벌써부터 걸그룹 전성시대가 마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춘불패’ ‘영웅호걸’ 등 걸그룹 버라이어티는 없어졌고 걸그룹만 출연하던 ‘꽃다발’도 가족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걸그룹의 수다를 바탕에 둔 예능의 소비가 끝났다는 말이다. 이제 걸그룹이 차별화라는 무기로 어필하지 못하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운명이다. 씨스타와 LPG는 이런 불리함을 딛고 착실히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걸그룹 후발주자는 우선 살아남는 게 목표다. 그 점에서 4인조 신예 걸그룹 씨스타(Sistar; 보라 효린 소유 다솜)는 당당히 살아남았다. 지난해 6월 데뷔했으니 1년도 채 안 됐다. 어떻게 살았냐고? 3연속 히트곡으로. ‘푸시푸시’ ‘가식걸’ ‘니까짓게’, 이렇게 세 싱글곡으로 팬들을 확실하게 확보했다. 세 번째 싱글 ‘니까짓게’로는 ‘뮤직뱅크’에서 1위도 했다. 지난해 연말결산 방송으로 인해 시상식이 방송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적지 않은 성과임은 분명했다.

씨스타의 어떤 점이 매력으로 와닿았을까? 기본적으로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댄스를 겸비한 덕이라고 하면서도 디테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오토튠이 유행해도 우리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MR에도 기계음이 안깔린다. 전자음이 강하면 사운드가 목소리를 잡아먹는데, 우리는 사운드보다 음성을 더 부각시킨다.”(소유)

기계음으로 떡칠한 아이돌 음악의 전형성을 벌써 탈피했다는 의미로 들렸다. 사실 ‘가식걸’에 오면 후크송을 완전히 벗어났다. 온라인에서는 씨스타의 MR제거 영상으로 인해 가창력도 인정받은 상태다. 소속사가 대형 기획사도 아니고 강한 팬덤의 힘이 없는 상태에서 믿을 건 차별화와 실력뿐이다. 이미 이들은 최소 2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씨스타가 발표했던 세 곡의 특성은 이 그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푸시푸시’는 깜찍하고 상큼하며 귀여운 콘셉트다. 이 노래만으로는 존재감을 제대로 알리지는 못했다. 비행기 세트를 만들어 제작한 ‘가식걸’에서 확실한 반응이 나왔다. 여성스럽고 성숙한 내숭녀의 이미지가 비행기 안 춤과 함께 남성들의 뇌리로 들어왔다. 이어 발표한 ‘니까짓게’는 당찬 여성의 파워와 섹시미가 넘쳐흘렀다. 가사도 직설적이다. 보라는 “‘니까짓게’가 가장 씨스타의 특성을 잘 보여준 곡”이라고 말한다. 

씨스타의 소유, 보라, 효린, 다솜(왼쪽부터)

여기서 효린의 보컬은 허스키하면서도 시원하다. 효린은 아이돌 가수 중에서 태양, 태연과 함께 가창력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솔로로도 활동할 예정인 효린은 드라마 OST 제안도 자주 받고 있다. 효린은 “요즘 ‘나는 가수다’에 나온 선배님들의 노래를 숨 졸이며 듣고 있다”면서 “나도 언젠가 그 무대에 한번 설 수 있다면 무한 영광일 것”이라고 말한다.

씨스타는 지난해 추석 특집 MBC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 계주종목에서 우승해 ‘체육돌’로 인기를 얻었다. 보라는 단거리 육상에서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얼마 전 KBS ‘출발! 드림팀2’에서는 양궁대회 1등을 차지했다.

그래서 씨스타는 건강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실제 만나보면 이들은 유쾌하고 털털하며, 내숭이 전혀 없어 밝은 에너지를 준다. 새침하기는커녕 하이킥을 차는 춤동작은 시원한 느낌을 준다.

보라와 효린은 예능활동으로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둘은 최근 ‘라디오 스타’에도 함께 나왔다. MC 김구라와는 환상 호흡을 자랑했다.

보라는 ‘체육돌’로서 비친 이미지에 비해서는 여성적이고 얼굴도 작다. 93년생 막내 다솜은 가수로 성공한 후 연기자로도 나설 계획이다.

또 효린은 ‘강심장’에 출연해 성숙한 섹시댄스를 춰 이목을 집중시키고 “어릴 때 건강이 좋지 않아 쓸개를 뗀 상태”라고 말해 쓸개 없는 여자가 됐다. 애견을 특히 좋아하는 효린은 유기견을 돌보고 애견센터를 운영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씨스타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행사 섭외도 이어지고 있다. 아저씨 팬들도 부쩍 늘었다. “군대에서 행사할 때는 거의 폭동이 일어난 것 같았다”고 전해줬다.

요즘 네 번째 곡 준비에 여념없는 이들은 이제 가요 프로그램 연속 1위에 도전한다. 다솜은 “몇 주 연속 1위라는 말은 상상만 해도 기쁘다”고 말한다.

데뷔 3년차 걸그룹 LPG(유미 가연 세미 수연 은별)가 트로트로 차별화에 나섰다. ‘사랑의 초인종’ ‘누나라서 미안해’ 등은 이미 행사장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트로트돌’로서 각인된 상태다.

LPG의 트로트는 정통 트로트가 아닌 코믹 트로트 내지는 세미 트로트다. 과거 선배가수들의 트로트가 한(恨)을 바탕에 깔고 있는 차분한 트로트라면 LPG는 흥(興)을 위주로 한 경쾌한 트로트다.

LPG의 가연, 세미, 수연, 유미(왼쪽부터). 은별은 개인사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걸그룹의 홍수 속에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려고 했다. 굳이 아이돌과 경쟁하기보다는 저희만의 시장을 만들고 있다.”(세미)

“트로트는 즐기는 연령층이 다양하고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시대에 맞는 트로트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수연)

LPG는 노래를 잘 못해서 트로트를 한다는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해 최근 새로운 장르, 일렉트로닉 댄스에도 도전했다. 2010년 16개국 20개 차트를 강타한 신예 2인조 밴드 욜란다 비 쿨(Yolanda Be Cool)과 호주 출신 DJ 겸 프로듀서 디컵(Dcup)의 ‘We no speak americano’(위 노 스피크 아메리카노)를 리메이크한 디지틀 싱글 ‘앵그리(Angry)’다. LPG는 하우스 계열의 이 노래에 댄스팝과 디스코 스타일의 리듬으로 절묘하게 믹스하고 새로운 가사를 입혔다. ‘앵그리’는 ‘뽕기’를 지니고 있어 LPG의 스타일과도 잘 어우러진다.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LPG 특유의 대중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가미되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앵그리’는 노래방 같은 곳에서 신나게 부를 수 있는 노래다. 안무도 중독성이 있다. 자리 이동이 많은 춤이지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유미)

최근 MBC ‘음악중심’에서 ‘앵그리’를 부르자마자 온라인에는 동영상에 올라오고 트위터에도 관련 이야기가 이어졌다. 트로트돌로서는 이례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소속사 강찬이 이사는 “수개월간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노래와 안무를 위해 최선을 경주했다”면서 “기존에 가벼운 율동만 췄던 것과 달리 LPG는 아이돌에 견줄 만한 파워풀하고 세련된 안무로 노래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LPG는 걸그룹으로는 나이가 많은 편이다. 27~30살로 원로급에 속한다. 하지만 월등한 신장과 날씬한 비주얼로 시원함을 주고 있다. LPG는 일본 엔카 시장에도 진출한다. 엔카 시장에는 태진아와 박현빈이 이미 진출해 있다. LPG는 시원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다수로 구성된 엔카 그룹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틈틈이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익히고 있다는 LPG는 차근차근 걸그룹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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