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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영화>지구적인 너무나 지구적인‘괴짜 외계인’
‘루저’ 외계인과 ‘폐인’ 청년들이 만났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 같은 아름다운 환상도, ‘우주전쟁’ 같은 지구의 운명을 건 결전도 없다.

여자만 보면 어떻게 해보려는 시시껄렁한 수작에 입만 열었다 하면 음담패설, 뻐끔뻐끔 너구리 잡는 줄담배와 내일은 나 몰라라 무작정 마셔대기밖에는 없다. 생김새만 요상하고 말만 외계인이다 뿐이지 지구촌의 ‘루저’들과 다르지 않은 존재인 폴과 SF물에 미친 ‘폐인’ 청년 둘이 뭉쳤다.

코미디 영화 ‘황당한 외계인: 폴’이다. ‘노팅 힐’ ‘러브 액추얼리’ 등 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한 영국 영화사 워킹타이틀의 작품이다.

일단 두 주연배우에 눈길이 간다.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다. 시나리오까지 쓴 두 배우는 특히 패러디 영화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발휘해왔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영화 3부작인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시리즈를 패러디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나쁜 녀석들’을 패러디한 ‘뜨거운 녀석들’이 가장 유명하다.

‘황당한 외계인: 폴’도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패러디를 섞은 코미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나 ‘에일리언’ 시리즈, ‘프레데터’ ‘엑스파일’ ‘맨 인 블랙’ ‘스타워즈’ 등 숱한 작품들이 영화 속에 인용된다.

‘황당한 외계인: 폴’은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SF와 외계인의 추종자이자 미국 최대의 만화, SF 박람회인 ‘코믹 콘’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두 청년 그램(사이먼 페그)와 클라이브(닉 프로스트)로부터 이야기는 출발한다. 


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한 여행길에서 좌충우돌하던 이들은 SF마니아 사이에선 ‘성지’로 꼽히는 곳에서 정말로 외계인 폴을 만난다. 담배를 ‘꼬나문’ 폼새부터 괴상망측하고 평소 꿈꾸었던 외계인의 ‘포스’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큰 머리와 눈, 쭈글쭈글한 얼굴, 가는 팔다리, 배불뚝이 3등신 등 E.T를 닮은 외모만이 외계인이라는 유일한 증거일 뿐. 영어가 유창하고 건들거리며 음담패설 늘어놓기, 뻔뻔하게 훈계하기가 특기다.

폴은 우주선 불시착으로 지구에 온 뒤 비밀리에 미국 정보국의 보호를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의 새로운 정보를 줄 수 없게 돼 불필요한 존재가 돼버린 폴은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 탈출한 것. 그동안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외계인 영화에 관한 아이디어를 줬고 ‘엑스파일’도 그의 발상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들 셋은 의기투합, 폴을 고향인 ‘안드로메다 왼쪽 나선 은하의 M급 행성’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우주선을 향해 길을 떠난다. 미국 정보국의 추적을 받는 그 길이 순탄할 리 만무다.

세스 로건이 목소리를 연기한 폴의 개성과 행태가 웃음을 자아낸다. 블랙 코미디와 슬랩스틱, 패러디를 섞었다. ‘뜨거운 녀석들’이나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강추. 아니라면 할리우드나 영국식 유머가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다.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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