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승우(43)가 요즘 ‘승승장구’다.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 이름대로다. ‘아이리스’와 ‘포화 속으로’를 거쳐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주연을 맡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토크쇼는 토크쇼대로 1년여간의 여정을 잘 이끌어왔다. 아내 김남주는 ‘내조의 여왕’에 이어 미니시리즈 ‘역전의 여왕’을 무사히 끝냈다. 딸 라희(6)와 아들 찬희(4)는 무럭무럭 크고 있다. 인생의 기로에 선 뭇 40대들의 부러움을 살만하다. 만면에 흐뭇한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그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서 만났다.
▶내 인생 현재 스코어 1:0, 넣을까 막을까
“야구로 치자면 5회말까지 끝내고 클리닝 타임? 축구로 치자면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에서 후반 작전 구상을 하는 시기죠. 현재 스코어는 1:0 정도로 이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결정해야 할 때죠. 더 몰아붙여서 추가골을 넣는 전략으로 갈지 수비 중심으로 막는데 집중할지 말이죠. 골을 더 넣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위해 앉자마자 김승우가 오히려 이런 저런 것들을 물었다. 토크쇼를 진행하다보니 생긴 버릇이다. 김승우는 지난해 2월부터 KBS 토크쇼 ‘승승장구’를 진행해왔다.
“처음엔 MC는 ‘굿 토커’라고 생각했죠. 그러다보니 잘 안 되는 거에요. 점점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면 정리가 되서 내 생각도 정연하게 말하게 되더라구요. MC는 ‘굿 리스너’인 것이죠. 그래서 안 잘린 것 같아요.”
토크쇼 준비를 위해서 녹화 전 몇 시간 동안 게스트의 이력을 연구하고 기사를 챙겨보고 질문을 구상하지만 막상 ‘온 에어’ 불이 켜지면 김승우는 억지로 ‘주연’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초대손님이 놀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좋은 이야기를 끌어내 같이 울고 웃어 준다. 눈물이 많아 스스로도 ‘울보, 바보, 찌질이’라고 표현할 정도인 김승우의 인간적인 매력과 편안함이 ‘승승장구’를 ‘스테디 셀러’로 만든 힘이다.
“우리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성공’이죠. 성공한 사람, 성공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 사람, 실패해본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인간적으로도 배우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몇 시간 마주앉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죠. ”
▶나는 아빠다
지난해 토크쇼와 ‘포화속으로’ 촬영에 한창 바쁠 때쯤 받은 것이 ‘나는 아빠다’의 시나리오다.
김승우로선 연기경력 20년 동안 이처럼 피도 눈물도 없이 나쁜 역할이 없었다. 게다가 악질적인 주인공이 아픈 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되는 ‘아빠’였다. “아빠야? 그 감정은 내가 잘 알아”라며 김승우는 출연을 선뜻 결정했다.
어느 엄마아빠가 안 그렇겠냐만 지난해초 만났던 김승우-김남주 부부는 ‘자식자랑’이 유별났다. 김남주는 당시 맏딸이 영재테스트에서 ‘영재’ 판정을 받았다며 ‘팔불출맘’을 자처했고, 김승우는 귀에 닿은 입꼬리를 내려놓지 못했다. 김승우는 결혼하고 출산하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웰컴 투 아빠 월드”라는 ‘환영사’를 잊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김남주가 김승우의 토크쇼에 출연한 이후, 두 부부가 함께 하는 모습이 부쩍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번 영화에도 김남주는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처음에는 우리 부부를 바라보는 세간의 눈이 무섭고 두려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희들 예쁘게 잘 살고 있다’는 주위의 시선이 느껴졌어요. 이제는 숨을 필요가 없겠구나 생각했죠. 배우로서 김승우와 김남주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한 작품에 공연하는 것도 OK에요.”
▶나는 배우다
그는 20년간의 연기경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 한 신을 꼽으라면 “‘라디오를 켜라’의 마지막 장면, 일을 다 끝내고 담뱃불붙이는 신”이라고 했다. 댄디하고 부드러운 남자, 연인 역할이 주로였던 김승우의 연기에 일종의 전환점이 됐던 작품이다. 그는 배우로서 어려웠던 시절 가수 데뷔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승우는 “임권택 감독님 작품(‘장군의 아들’)로 데뷔했다는 자존심이 곁눈질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승우는 악행을 일삼지만 아픈 딸의 심장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형사로 출연한 영화 ‘나는 아빠다’ 개봉에 이어 오는 5월이면 TV드라마 ‘리플리’에서는 정통 멜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