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4명과 교수 자살로 충격에 빠진 카이스트(KAIST) 학내 사태가 ‘나는 가수다(나가수)’ 프로그램을 도마위에 올려 놓고 있다. 신선도가 뛰어나고 기획력이 월등한 ‘나가수’가 세간의 입방아로 연결돼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경쟁구도’가 주요 아이템인 것과 무관치 않다. ‘나가수’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카이스트 사건을 ‘나가수’의 경쟁 몰입 구도와 이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광 분위기와 연결해 해석하거나 진단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카이스트 사건은)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잔혹한 경쟁체제에 편입된데 따른 것으로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나는 가수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해 상당수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두명의 탈락자에게 절망감을 안겨주는 등 사회 여러 곳에서 소수를 무능한 존재, 패자로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쓸쓸히 퇴장하는 소수의 패자의 모습은 경쟁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이를 사회에 각인을 시킨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교수는 “경쟁에도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상적인 것은 성취한 만큼 차별화된 보상을 해주는 것”이라며 “경쟁의 승패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인정되는 기본권 위에서 경쟁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대기업 임원인 그는 “최근 우연히 ‘나가수’ 프로그램을 보다가 열광하는 아들을 봤는데, 지나치게 경쟁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깜짝 놀란 적 있다”며 “경쟁을 소재화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한 병리현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또 다른 임원은 “요즘 주변 친구들에게서 특목고나 자율고 등에 간 자녀들이 주말에 약간의 정신치료를 받고 있어 고민이 큰 사람들이 많다는 얘길 들어 놀란 적 있다”며 “학교다, 사회다, 모두들 ‘1등 또 1등’을 외치다보니 그토록 어린 학생들조차 스트레스가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카이스트 충격을 접하고 보니 무조건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상ㆍ박도제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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