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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파, 그 특유의 뽕끼 목소리
1997년 ‘애송이의 사랑’을 부르던 여고생 양파는 이제 30대 초반의 성숙한 여인이다. 아티스트와 기획가수 양쪽을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노래 실력에 대중성까지 갖춘 양파는 중학교 때는 록을 좋아했다. 록 정신은 지금도 이어져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열리는 여름이면 현장을 찾는다. 하지만 데뷔부터 팝 보컬을 지향해 애절한 발라드, R&B를 자주 불렀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4년 만에 선보인 새 미니앨범 ‘엘레지 누보(Elegy Nouveau)’에서는 조금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중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한다는 생각을 중시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지닌 ‘뽕끼’를 인정하고 강점이자 무기로 삼기로 했다. 그렇게 정리하니까 양파의 발라드는 복잡하지 않고 심플해졌다.”

양파와 오랜 친분을 맺고 있는 가수 이적은 10년 전부터 양파를 심수봉 선배의 계보를 잇는 가수라고 말해왔다. 양파는 이제 한국적 비가에 맞는 목소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앨범명도 ‘새로운 애가(엘레지 누보)’로 정했다. “수록곡 ‘그때 그 사람’은 아예 심수봉 선배님이 불렀던 노래들의 제목들을 모아 가사로 만든 심수봉 오마주다. 가사에는 ‘백만송이 장미’ ‘젊은 태양’ ‘님이여’ 등이 들어가 있다.”

타이틀곡 ‘아파 아이야’는 떠나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는 여인의 감정을 담았다. 양파의 목소리에 실리면 애절함이 금세 고조된다. 하지만 슬픔만 고조시킨다고 되는 노래는 아니다. “감정을 실어야 할 때와 절제할 때를 조화시키지 않고 부르면 판소리처럼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봄과 어울리는 미디엄 템포의 ‘너라면 좋겠어’, 비스트 윤두준과 함께 부른, 리얼 악기소리가 돋보이는 ‘본 아뻬띠’, 한 곡에 스윙ㆍ재즈ㆍ록 등 여러 장르가 느껴지는 ‘그때 그사람’, 정통 발라드 ‘친구야’ 등 모두 5곡으로 구성돼 있다.

양파의 음악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대학입시일 갑자기 아파 시험을 못 보고 소속사에 묶여 6년간 공백기를 가져야 했으며 소송에도 휘말려야 했다. 이상하게도 음악외적인 요인들로 인해 항상 일이 잘 안 풀렸다. 양파는 “당시에는 일이 터져 생긴 분노가 내 음반의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그런 것을 애절함으로 녹여내려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앨범 만들 때는 그런 동인이 없었다. 그래도 이제 사람들을 만나면서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털어놨다.

4년 동안 쉬면서 양파는 무엇을 했을까? 철저하게 사적인 인물로 살았다. 영화 보고 미술관 가고 여행을 다니면서 감성을 충전한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술도 자주 먹는다. 매년 한 번씩 파리 여행을 떠난다. 그에게는 오타쿠적 기질도 있는 것 같다. TV에 많이 나오는 인기가수보다는 언더그라운드 가수와 더 친하다.

15년차 가수 양파는 1996 데뷔한 HOT, 젝스키스(97년), SES(97년), 핑클(96년)과 비슷한 시기에 가요계에 들어왔다. 이효리와 은지원 정도를 제외하면 음악활동을 하는 멤버가 없다. 양파는 “HOT 세대와 빅뱅 세대에 걸쳐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나는 행운아”라면서 “나는 과중한 사랑을 받았고, 가수 생활을 열심히 안 했는데도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며, 앞으로 음악활동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세시봉 열풍과 MBC ‘나는 가수다’에 대한 관심도 양파에게는 유리한 흐름이다. 10~20년 전 활동하던 가수들도 가창력과 진정성이 합쳐지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아이돌 위주, 비주얼을 중시하는 ‘보는 음악’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양파의 노래들은 각종 음악 차트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아파 아이야’는 4년 전 크게 히트했던 ‘사랑 그게 뭔데’와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양파는 “시기적으로 맞춘 건 아니지만 옛날 가수들이 재평가받는다는 건 저에게도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만약 기회가 온다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좋은 선후배와 함께 정정당당히 경합을 펼쳐보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해피투게더’와 ‘세바퀴’ 등 예능에도 출연하고 트위터로도 이야기를 나눈다. 양파는 “예능감이 있으면 좋겠다. 너무 못하니까. 개인적으로 웃기는 사람을 좋아한다”면서도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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