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앉은 한국영화사의 전설적인 여배우인 원로 최은희씨(85)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12일 오후 서울 낙원동 허리우드극장에선 신상옥 감독ㆍ최은희 주연으로 1961년 개봉돼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성춘향’의 개봉 50주년 기념식과 신상옥 감독 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성춘향’은 한국영화 최초의 ‘총천연색’ 영화로 1961년 설에 명보극장에서 개봉해 75일간 장기상영되며 서울에서만 38만명을 동원한 흥행작이었다. 특히 홍성기 감독ㆍ김지미 주연의 ‘춘향전’과 한 주 전후로 개봉해 한국영화사에서 전무후무한 ‘라이벌전’을 벌여 당대 큰 화제가 됐다. 신상옥-최은희 뿐만 아니라 당시 홍성기-김지미도 유명한 감독-배우 부부였다. 이 흥행대결은 ‘성춘향’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며 60년대 신상옥-최은희의 전성기, ‘신필름’의 시대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총천연색으로 제작됐어요. 요샛말로 대박이 났어요. 난 (스크린에 비친) 내 그림보고 만족해 본적은 없어요. 당시에 손님만 40만명 가까이 동원했다는 게 자랑스럽고, 배우된 것이 후회되지 않았죠.”
12일 서울시 종로구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린 성춘향 개봉 50주년&신상옥 감독 5주기 시사회에 참석한 최은희.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감독님 필생의 작품이었죠. 여력이 없어 밀리다가 이 영화를 했습니다. 감독님과 나도 혼신을 다해 작품을 했어요.”
‘세기의 대결’에 대해선 아직도 껄끄러워했다.
“이런 질문받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참…. 승부를 걸었으면 이기는 게 당연하고, 이겨야 되는 것 아니에요? 좋은 성과 있었으니 보람을 얻었죠. 하지만 ‘성춘향’ 이야기만 나오면 미안해요. ‘춘향전’의 본인은 잊어버려야할 아픔일텐데. 이런 얘기는 다시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씨의 아들로 영화감독인 신정균씨(48)는 “‘성춘향’은 ‘꿈’과 함께 아버지께서 가장 애착을 가지셨던 작품”이라며 “북한에서도 춘향전을 소재로 ‘사랑, 사랑, 내 사랑’이라는 뮤지컬 영화를 연출하셨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히 “아버지께서 한때 운영하시고 어머니께서 우리 나라 영화계도 할리우드처럼 되라고 직접 작명하신 극장에서 행사를 갖게 돼 더욱 뜻깊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엔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 이장호 이사장을 비롯해 정진우, 최하원, 심우섭, 김수용 등 원로감독이 참석했다. 또 김태용, 권칠인, 변영주, 강대규, 권희덕, 전계현, 오승룡, 김동길, 정대철 등 후배 영화인, 배우, 정치인도 함께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