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는 상반기만 10개 팀 이상이 론칭된다. 지난 1월 달샤벳을 시작으로 브레이브걸스, 코인잭스, 라니아, 치치, 벨라, 아이니, 리더스, 에이핑크, 글램, 스윙클 등이 상반기 데뷔하는 걸그룹이다.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올해 데뷔하는 걸그룹은 무려 15~17개팀에 달할 전망이다. 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PD는 요즘은 거의 매주 걸그룹이 새로 출연한다고 했다.
신규 걸그룹 외에도 최근 컴백했거나 캠백을 앞두고 있는 포미닛, 레인보우, 걸스데이, 오렌지 캬라멜, 에프엑스 등 기존 걸그룹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올 연말이 되면 대한민국의 걸그룹 수는 30개팀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걸그룹 팀수만큼은 우리보다 대중음악 시장 규모가 10배가 크다는 일본보다 5배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걸그룹만 왜 이상 비대 현상을 보일까?
가요계는 음반 수익은 줄어들고, 음원시장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가수와 음악 제작자에게 돌아오는 몫이 크지 않다. 가수에게 가장 큰 수익올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행사밖에 없다. 걸그룹은 각종 행사와 이벤트에 초대받기 쉽고 해외 공연에도 유리하다. 소녀시대 등 몇몇 걸그룹은 동아시아에서 행사당 출연료가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요계의 비정상적인 수익 구조가 걸그룹 양산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년동안 아이돌 가수의 ‘보는 음악’과 ‘노는 음악’이 약진을 보였지만 세시봉 열풍과 ‘나는 가수다’에 대한 관심에서 나타났듯이 ‘듣는 음악’의 비중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 상황에서 걸그룹 훈련을 쌓던 연습생들이 조급증을 느끼며 대거 나왔다는 말도 있다.
2009년 에프엑스 포미닛 등이 나올 때가 걸그룹 1차대전이었다면 2011년 상반기는 2차 걸그룹 대전이다. 기존 및 신규 걸그룹들은 한정된 시장내에서 치열한 승부를 걸어야 하므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즉 차별화가 무척 중요해졌다. 당장 음악 및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행사 잡기도 만만치 않다. 그 과정에서 선정성은 필연적이다. 실제로 불과 3~5초간 이뤄지는 바운스 동작을 ‘쩍벌춤’이라는 용어로 만들기도 한다. 춤도 춤이지만 용어가 더 선정적이다. 레인보우는 ‘블랙스완춤’의 우아함을, 에이핑크는 청순을 각각 내세워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 대중음악 평론가는 “일본 걸그룹은 서툴거나 귀여운 이미지만 있는데 반해 한국 걸그룹은 일본식으로 말하면 귀엽고, 섹시하며 심지어 아티스트적인 걸그룹이 모두 다 있다”라면서 “앞으로는 노래 잘하는 걸그룹 등 차별화된 팀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