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Interview
<최정선 대학생기자>영화 <스물아홉살>의 전화성 감독은 영화감독 이전에 CNT TECH의 최고경영자인 기업인이다. 그는 글쓰기와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이었고, 힘들 때마다 마흔 전에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지난 달, 그의 나이 서른다섯. 정말로 그의 영화가 세상을 향해 나왔다. 전화성(35)
영화 <스물아홉살>감독 및 시나리오 집필 (3월 7일 서울극장 개봉)
現 씨엔티테크㈜ CEO
KAIST 전자전산학 전산학 전공 석사
KAIST 최고벤처경영자과정 9기 수료
YWCA 돌봄과 살림 운영위원
(군)군무원 임용고시 출제위원
(군)육군본부 정체단 프로그램 운영장교
한국무선인터넷백서 집필위원
수상
유망정보통신기업상(정통부, 2003)
산자부 장관상(2002. 신기술 평가대회)
BBB운동 위원회 감사패
유망중소기업상(대전시, 2002)
KAIST 경영자과정 최고 논문상(2002)
집필
정보처리과학회 논문 및 머니투데이 CEO칼럼 등 신문 및 잡지기고
현재 <겨울냄새> 스키 다큐멘터리 촬영 중
보통 영화는 월요일에 개봉을 잘 안 한다. 그런데 내가 잘 몰라서 3월 7일 월요일에 개봉하게 됐다. 개봉 첫날 지인 몇 명과 서울극장에 가서 내 영화표를 끊으려고 매표소에 갔는데 낯 모르는 분이 "스물아홉살 두 장이요." 라고 하는 걸 들었다. 그 순간 '아 이런 게 영화 만드는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영화관에 들어가 앉는 순간부터는 걱정과 부담이 커졌다. 8천원의 가치를 못할까봐. 내가 기업인의 입장이다 보니,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첫 영화를 청년실업 문제로 정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회사가 하는 일 중에 콜센터 업무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있다. 콜센터 업무를 보면 외식업체의 콜을 받다보니(미스터피자, 도미노 피자 등 국내 외식업계 34개의 콜센터를 담당) 아무래도 식사 시간 때, 일요일, 공휴일에 인력이 많이 필요해서 단기 일용직을 많이 고용한다. 거의 500명에 가까운데 실제로 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이 많다. 여기서 청년실업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경우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 업무가 많아서 정말 힘들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발자에 대한 인식은 해커 아니면, 덥수룩하고 안 씻은 사람. 이런 이미지이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목받지 못한 직업을 조명해주고 싶었다.
학력, 수상경력 등 이력이 화려하다. 청년실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혹시 본인의 이야기인가?
사실 난 20대에 바로 창업을 했기 때문에 실업을 겪은 적이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를 찾으려고 했다. 회사가 바쁠 때는 콜센터에서 직접 전화를 받기도 하는데, 영화에서 주인공 민성이 듣는 욕들은 실제 내가 전화를 받다가 들은 욕이다. 그런 것에서 소재를 발견했다.
영화 제목을 하필 스물아홉이라고 한 이유는?
스물아홉살이 되면 누구나 서른이라는 숫자가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대부분 스물아홉살엔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남자들은 군대 갔다 와서 어영부영하다보면 스물아홉살이 되고, 여자는 슬슬 시집얘기가 나오면서 결혼의 압박을 받게 되는 시기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남자와 집 안팎에서 압박을 받는 여자. 스물아홉살, 그 자체가 갈등요소가 많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실제나이도 스물아홉이고 극중 소연 역을 맡은 주인공 역시 실제 콜센터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영화를 위해 일부러 주인공을 콜센터에서 캐스팅했나?
아 그건 아니다. 소연 역을 맡은 박규리는 원래 연극배우인데 콜센터 업무를 하면서 연기도 한다. 민성 역을 맡은 박용연과 가영 역의 김아현은 실제 스물아홉이다. 마침 두 사람이 영화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스물아홉살이 가진 고민들을 갖고 있기도 해서 영화와 딱 맞아 떨어지는 캐스팅이었다.
당신은 커리어로도 성공하고, 하고 싶은 일도 했다. 실제로 대학생들도 ‘좋아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진로 선택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
난 고등학교 때부터 정말 문과에 가고 싶었다. 원래 경영 쪽에 관심 많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했다. 오죽하면 제일 부러웠던 사람이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글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남자는 기술을 배워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공대에 가길 원하셨다.
수학을 진짜 싫어하는데 공대다 보니까 일반 수학만 하는 게 아니라 응용수학까지 해야 되고,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가 이걸 해야 하는 것이라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 영화를 만들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도 일주일에 세편 정도의 영화를 챙겨보면서 항상 꿈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오다가 서른다섯이 되던 작년 여름, 스스로에게 일주일이라는 생애 첫 휴가를 주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촬영기간은 총 9일이었다. 다 찍고 나서, 온 몸에 피로가 쌓여있는데 오히려 오랜 꿈을 실현했다는 두근거림과 뿌듯함에 정신적으로는 재충전이 되었다. 실제로 업무생산성이 향상되기도 했다.
모든 것은 꿈을 잃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물질적으로 성공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일을 하고, 자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을 때도 꿈을 잃지 않았다면 그 꿈은 이제 이룰 수 있는 꿈이 된 거다.
“성공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그리고 꿈을 잃지 마세요. 그럼 꿈을 이루기가 쉬워집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현실적인 말일 수 있는데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좋아하는 것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난 이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인생의 핵심은 자기가 뛰는 분야에 대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가 경쟁력을 가질만한 일을 찾았다면 그 일을 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일을 해서 성공을 하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더 쉬워진다. 경험상 하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활용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나의 경쟁력이었고, 언젠가는 좋아하는 일(영화)를 하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살다 보니 꿈과 성공을 둘 다 이룰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20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경쟁력 있는 '무엇'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바로 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성공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그리고 꿈을 잃지 마세요. 그럼 꿈을 이루기가 쉬워집니다.” |
제작: 씨엔티테크㈜
상영시간: 93분
시놉시스: 청년실업의 고통과 물질만능주의 연애사상 속에서 29살 청년의 진실한 사랑 찾기를 그렸다. 극중 두 남녀 주인공은 스무살에 만나 9년째 연애하며 서른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냉정한 현실 앞에서 변해가는 여자의 마음과 여자를 붙잡기 위해 어떻게든 취업을 했으나 버림받고 결국 이십대 청춘의 끝에서 새로운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다른 여성을 만나는 ‘88만원 세대’의 삶이 영화 안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