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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님도 안돼요”...‘나는 가수다’에 무슨 일이?
“대통령도 안돼요”

이쯤되면 가히 ‘방청 전쟁’이라 할 만하다.

한 달간의 재정비 기간을 거친 ‘나는 가수다’가 오는 18일 첫 녹화를 앞두고 있다. 뒷말도 무성하고 논란도 끊이지 않았던 ‘나는 가수다’였다. 김건모의 재도전과 김영희 PD의 하차, 정엽의 탈락 등은 그간 이 프로그램이 걸어온 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모든 상황은 이미 일단락됐다. 재정비를 거쳐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에 대한 평가는 10대부터 50대까지로 이뤄진 500명 청중평가단의 몫이다. 그들에게 평가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유일한’ 1000개의 귀다.

이 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내주 18일로 예정된 녹화에는 현재 4만5000여명의 예비 청중평가단이 대기 중인 상황이다. 겨우 500명만이 간택될 수 있는 자리에 4만5000여명이 모였다니 90대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이 먼저 계산된다.

‘선택받을 수 있는 귀’는 당연히 ‘아무나’가 아니다. 총 10개의 항목에 걸친 확인작업이 진행되고, 본인 여부를 검증한다. 도전 가수들과의 친분 관계 또한 면밀히 검토한다. 혹여라도 발생할지 모를 ‘사적 기준’으로의 평가를 우려해서다. 이 까다로운 선발 방법에는 설사 대통령이 방청을 원한다 해도 예외가 없다. 모두가 정해진 기준과 항목에 따른 선발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나는 가수다’의 이 같은 방청 열기는 ‘골프의 메카’로 불리며 골프 역사를 일궈온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를 떠올리게 한다. 골프 코스가 가장 먼저 생겨났기에 ‘골프의 고향’이라고까지 불리는 이 곳의 올드 코스(St.Andrews Old Cour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토너먼트인 브리티시 오픈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자연이 준 혜택을 그대로 안고 있어 잔디 뿌리만도 400살이 되었을만큼 옛 모습이 보존됐다. 골프 박물관을 연상시킬 정도다. 때문에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방문 한 번이 꿈같은 장소이기도 하다. 그만큼 예약도 쉽지 않다. 비용도 높을 뿐더러 Old Cours Experience라는 예약보장프로그램을 이용해야 상당 기간이 흐른 뒤에야 발을 들일 수 있다. 설사 영국 여왕이라 해도 ’부킹 새치기’는 꿈도 꿀 수 없다. 대통령도 입장 불가한 ’나는 가수다’와 다르지 않다.

누구도 평가내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쟁쟁한 실력파 가수들의 노래를 직접 듣고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지극한 고민을 안겨주면서도 짜릿한 재미를 동시에 전한다. 이는 대통령마저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 귀한 자리에 방청 전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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