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아메리칸 아이돌’ 등으로 성공과 흥행이 검증된 아이템이다. 무려 10번째 시즌에 이르고 있다. 지상파 방송인 MBC도 이를 한국 스타일에 맞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섣불리 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로 인해 막대한 제작비를 확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와의 비대칭적 규제로 인해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지난해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며 공식적으로 브랜드명이 직접 노출되는 간접광고가 허용됐다. 자동차도 떳떳하게 상표 노출을 해가며 부상으로 줄 수 있었으며 심사위원석 위에 놓는 콜라 등 음료수의 로고를 잘 보이게 할 수도 있게됐다. 그 댓가로 광고주들로부터 우승상금을 포함해 만만치 않은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위탄’의 차별화 요인인 멘토링이 갈수록 위력을 발하고 있다. 각국 참가자 114팀이 참가해 2박3일 동안 34명을 가려내는 본선 ‘위대한 캠프’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던 다섯 멘토들의 역할은 자신의 멘티를 트레이닝시켜 성장시키는 단계를 넘어 TOP12, TOP10 등 생방송에 오면 치열한 신경전까지도 포착될 정도다.
멘토는 자신이 가르친 참가자의 당락에 따라 희비가 갈리게 된다. 자신의 멘티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면 슬슬 견제구를 집어넣는다. 견제구라기 보다는 지적이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행위다.
방시혁의 멘티 노지훈이 노래를 부른 후 ″‘음악중심’을 보는 것 같다” “아이돌 냄새가 너무 난다”는 다른 멘토들의 지적에 방시혁은 “가수는 많을 수 있지만 스타는 적다. 오늘의 스타는 노지훈이다”고 자신의 새끼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이를 막았다. 방시혁이 이태권에게 “소리를 비강위로 올려 부르지 못한다”고 지적하자 이태권의 멘토 김태원은 “이태권의 모험이 늘 아름답습니다”고 방어벽을 친다. 이런 건 ‘슈퍼스타K’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점이다.
멘토-멘티간의 관계는 운동경기의 감독과 선수간의 관계와 비슷하다. 경기중 자기 선수가 불리해질때 감독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듯 멘티가 실수를 하면 해당 멘토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된다.
멘토의 평가 코멘트와 점수는 매우 중요하다. 비중은 30%에 불과하고 결국 시청자가 70%를 쥐고 있지만 멘토의 평은 시청자에게 가이드 역할을 한다. 가이드라기보다는 기준 역할을 한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멘토의 개성과 고집이 감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노래 자체의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스토리, 감동, 휴머니즘 등을 강조하는 멘토 김태원이 유리하다. 김태원의 멘티들(이태권, 손진영, 백청강)이 대거 8강에 진출한 건 우연이 아니다. 특히 손진영의 8강 진출은 노래 실력으로 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미라클 맨’이라며 계속 스토리와 캐릭터를 붙여준 멘토 김태원 덕이 컸다고 본다.
권리세는 노래를 잘못 불렀을 때는 계속 패자부활등을 통해 올라와 ‘좀비’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시청자 문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생방송에서는 비교적 노래를 잘 불렀는데도 떨어졌다.
입앞에서만 노래가 나온다든가,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는데 왜 써먹지 못하느냐는 말과 음정 박자 등 기능적인 부분을 계속 지적하는 이은미는 이 점에서 다소 불리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아름답습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를 연발하는 김태원이 유리하다.
한편, 15일 방송된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은 팝송 미션이 주어진 가운데 조형우와 백새은이 탈락하면서 8강이 가려졌다. 이날 시청률은 전국 21.6%(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 금요 예능을 장악하며 MBC 예능중에서도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