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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완선, 10살 어린 이효리와 섹시 대결?
풋풋한 걸그룹 핑클에서 독립해 2003년 솔로로 데뷔한 이효리는 장기간 섹시한 이미지를 활용해 효용가치를 유지해왔다. 채연 아이비 서인영 솔비 등 이효리 이후 젊고 매력있는 외모의 여가수들이 나와 섹시미를 전면에 내세워도 이효리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효리가 표절사건 등의 여파로 지금은 활동이 뜸하기는 하다. 하지만 섹시한 여가수의 지존은 광고 시장에서도 꾸준히 호출된다.

그런데 오히려 이효리보다 딱 10살 많은 김완선이 컴백해 이들 사이에 섹시한 여가수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리 나이로 43살 김완선이 69년 5월생이고, 이효리는 79년 5월생이다. 10살 차이 나는 여가수들끼리 무슨 섹시미 대결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최근 ‘무릎팍도사’에 나온 김완선을 보면서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랜 기간 대중과 멀어져 있던 김완선이 다소 망가져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원숙하면서 섹시한 여인 또는 친근한 누님의 느낌을 받았다.

물론 김완선과 이효리 사이 섹시함을 트렌드로 가꾼 엄정화라는 가수가 있지만 지금은 가수라기보다 연기자로서의 모습이 강해 섹시한 댄스가수로서의 대결은 김완선과 이효리간에 이뤄질 것 같다.

이효리 이후 섹시한 여가수들이 이효리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결여돼 자연스러움이 없고 설익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이효리는 일부 걸그룹들이 취하고 있는, 강한 강도로 밀어붙이는 “이래도 안 섹시해”형과는 좀 다르다. 섹시미를 적절히 체득한 데서 오는 여유 같은 것을 지니고 있다. 노출을 심하게 하는 방법 등으로 섹시한 이미지를 과도하게 내세우면 절대 장수할 수 없다. 섹시함에 털털함을 접목시켜 자연스럽게 체득된 자신만의 섹시미가 이효리의 장점이자 경쟁력이다.


그런데 김완선에게서도 여전히 섹시한 여가수의 매력이 발견된다. 김완선이 한창 활동하던 1980년대와 90년대초중반에 노출이 거의 없는 의상을 입고도 MBC에서 6개월간 방송정지를 당한 이유는 “사람이 야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요즘 말로 하면 ‘뼈속까지 섹시한 여가수’였다는 의미다. 흰자위 부분이 많은 눈빛은 관능적이며 허무적인 느낌도 발산했다. 섹시미의 스펙트럼이 제법 넓었다. 이제는 하지만 산전수전을 겪으며 차분해지고 원숙해졌다. 직선의 이미지는 곡선으로 바뀌었다. 어린 섹시미에 원숙미가 더해지며 자신만의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최근 컴백을 앞두고 이뤄진 ‘엘르’와의 화보촬영 사진을 보면 김완선의 몸매는 깜짝 놀랄 정도로 여전히 아름다웠다. 성숙하고 절제된 섹시함이 완전히 자신의 옷을 입은 것 같아 이효리가 긴장해야 될 것 같았다.

김완선은 연습생 기간동안 3년은 한 번도 집에 가지 못했고, 가수 활동을 하던 13년은 친구를 만나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친이모인 매니저가 13년간 한 번도 일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돌 노예계약의 원류를 보는것 같아 동정심과 호감이 생겼다. 하지만 세상을 향해 분노와 원망을 쏟아붇지 않고 적당히 받아들이고, 적당히 포기하는 듯해 오히려 밝고 편해 보였다.


김완선의 음악은 전자음이 많아 당시로서는 새로웠고 춤은 파격적이었지만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는 아니다. 아니, 가창력이 개발될 여지가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댄스와 비주얼에 치중해 노랫소리에 그리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완선은 산울림의 김창훈과 신중현, 이장희, 손무현 등 당대 뛰어난 뮤지션의 록이나 포크 등과 결합한 댄스음악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6년만의 컴백곡(수퍼러브)은 오는 19일 기자회견장에서 공개될 예정이라 아직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록댄스곡이라고 한다. 과거 5집 ‘나만의 것’의 작곡가 손무현과도 콤비를 맞출 때 불렀던 록댄스곡도 김완선과 잘 어울렸다.

우리는 이효리에게서 가창력을 기대하기 보다는 엔터테이너형 가수로 바라보듯 김완선에게도 대단한 노래 실력보다는 섹시하고 원숙한 여가수 아이콘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43살 중년 김완선에게 섹시미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김완선은 여전히 현역인 마돈나보다 11살이나 어리다.

김완선은 시대를 잘못 만난 가수다. 80년대 한국은 허리와 관절을 과도하게 꺾고 웨이브 춤을 추는 댄스가수를 시대를 앞서나간 것으로 보기보다는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머리에 든 게 없다는 편견의 시선마저 존재했던 시절이었다. TV 쇼 버라이어티의 비주얼형, 소모형 가수였다. 김완선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태어났던지, 아니면 10년 더 늦게 데뷔했다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김완선의 이번 재도전이 댄스가수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섹시한 여가수를 20대에서 30대, 40대로 확대시켜 섹시미의 목록을 좀 더 다양하게 해줬으면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사진=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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