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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GA 잇단 ‘무명반란’ 이름외우기 힘드네
올해 PGA투어를 지켜보는 팬들은 이름 외우기에 바쁘다. 걸출한 스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하면서 무명선수들과 루키들이 잇달아 정상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올해 우승자를 상점에서 만나면 몇명이나 알아볼 수 있느냐”는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인터넷으로 실시하기도 했을 정도다.
지난 18일 막을 내린 발레호 텍사스오픈까지 올시즌 열린 17개 대회에서 평범한 팬들이 알만한 챔피언은 필 미켈슨(셸 휴스턴) 루크 도널드(액센츄어 매치플레이), 버바 왓슨(파머스 인슈어런스) 로리 사바티니(혼다클래식) 정도. 그밖에 통산 3,4승을 거둔 선수들도 몇몇 있지만 우승후보로 꼽힐만한 선수들은 아니었다.
조너선 베거스〈사진 오른쪽〉, 개리 우들랜드, 찰 슈워철〈사진 왼쪽〉, 브랜던 스틸 등이 생애 첫승을 올렸다. 베네주엘라 출신인 베거스는 흔치않은 흑인선수로,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선수. 하지만 밥 호프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꿈의 구연이라는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남아공의 찰 슈워철 역시 ‘깜짝스타’다. 하지만 어니 엘스로부터 오랜 기간 수련(?)을 받아온 내공있는 선수였다.
이처럼 무명선수에서 일약 PGA 챔피언이 되면 세계랭킹이 급상승하면서 신분(?)이 달라진다.
올해 2승을 거둔 마크 윌슨은 237위에서 90위, 91위에서 51위로 뛰어올랐고, 베거스도 187위에서 86위로 100계단 이상 점프했다. 하위권에 있는 선수일수록 상승폭은 크다. 562위로 국내투어에서 뛰는 한국선수들보다도 한참 처져있던 마이클 브래들리는 푸에르토리코오픈 우승으로 226로 300계단 상승했다.
올시즌 유독 새 얼굴들이 득세하는 현상은 강자들의 부진과 기량의 평준화가 맞물린데 기인한다.
타이거 우즈, 스티브 스트리커, 어니 엘스, 비제이 싱 등 전통의 강호들이 승수쌓기에 실패하고 있으며, 마르틴 카이머, 그래엄 맥도웰 등 유럽의 강자들은 유러피언투어에 주력하느라 PGA투어에는 띄엄띄엄 출전하고 있다. 그 틈을 젊은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서는 것이다.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실력은 세계최고의 선수들과 백지 한장 차이인 이들에게 우승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김성진 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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