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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나가수’ 반대 선배 가수들…‘신념과 책임의식 조화 절실
재도전 논란으로 잠시 방송이 중단됐다가 오는 5월 1일 재개되는 MBC ‘나는 가수다’에 대해 몇몇 가수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조영남 신중현 김장훈 등이다. 반대의 이유는 가수에게 순위를 매긴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다.

김장훈은 17일 MBC ‘일요인터뷰’에서 “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예술은 기술과 달리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가수를 가창력으로 평가하면 가창력보다는 듣는 이의 가슴에 호소한 밥 딜런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가수다’에 반대하는 가수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예술은 줄 세우는 게 아니라는 말 공감한다.

막스 베버가 지적한, 카리스마 있는 정치가가 되기 위해 지녀야 할 두 개의 도덕인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중 신념윤리에 입각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책임윤리라는 것도 있다.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TV 등에서 갈수록 밀려나는데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이다. 적어도 선배 가수라면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정치가가 싸움을 벌이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대결 내지는 갈등인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양쪽 다 일리는 있다. 한 쪽에서는 원칙과 규정에 입각해 자신의 주장을 펴지만 이를 모두 지키다가는 현실에서 설정한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리더십도 신념과 책임윤리 사이의 갈등이다.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이라는 목표와 신념을 수립한 건 좋지만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자살로 이어질 때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는 것이다.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갈등을 빚을 때 이를 결합해야 한다는 베버의 주장은 좌와 우를 벗어난 혜안이다.

정치이론으로 제시한 베버의 논리는 ‘나는 가수다’의 찬반논쟁에도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다. 신념을 지키려다 책임을 못 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TV가 가창력이 떨어지는 아이돌 가수, 비주얼 위주의 ‘보는 음악’에 쏠리고 있는 걸 음악PD 탓만 해서 되겠는가. 가수도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실 ‘나는 가수다’가 가창력으로 등수를 매겨 가수를 줄 세우는 건 아니다. 꼴찌 탈락이라는 착시현상이다. 2~6등은 발표하지 않고 1등과 7등만 발표하는데, 7등이 1등일지도 모른다. 7등은 가장 잘 불렀다고 생각하는 관객 표를 가장 적게 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 7등을 2~3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1등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가장 잘 불렀다는 지지표를 가장 많이 받은 1등(실제로 25% 전후를 받았다)이 나머지 사람에게서 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면 꼴찌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가수가 자신의 노래가 아닌 무작위로 배정되는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으로 보면 된다.

MBC 예능국은 침체된 트로트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프로그램을 특집 형태로 기획 중이다. ‘나는 가수다’는 포맷을 활용해 트로트 4대천왕과 장윤정 박현빈 심수봉 주현미 등이 출전, 노래 기량을 펼친다는 것. 여기에 대해 태진아는 무척 전향적이다. 꼴찌 탈락이라는 장치를 ‘특집’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즐기겠다는 입장이다.

아무튼 ‘나는 가수다’가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팽팽히 맞선 상태를 넘어 양자를 적절히 결합해 가창력 있는 가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을 시청자가 계속 보면서 감동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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